2026년 새해 벽두부터 전자제품 시장에 심상치 않은 '가격 인상'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갉아먹으면서,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IT 기기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10월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에 메모리 칩 가격이 두 배 이상 치솟으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구동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문이 폭주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램(RAM)의 공급난이 가중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HBM 생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느라 범용 메모리 칩 생산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러한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AI 블랙홀'이 메모리 시장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PC 제조 현장에서는 부품 공급가가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해 최대 500%까지 폭등하는 등 비정상적인 가격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 수치로, 제품 가격 인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결정이 되고 있다.
일부 벤더들의 경우 재고 부족을 이유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을 올리고 있어, 이러한 고물가 기조는 2026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아마존,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초거대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2026년부터 2027년까지의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공급망을 입도선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이 빅테크 기업들의 거대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공급사들은 향후 가격 추가 상승을 확신하고 견적서 발행조차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PC 제조 원가의 15~20% 수준이던 메모리 부품 비중은 최근 30~40%까지 치솟으며 제조 원가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기록적인 원가 상승은 소비자가 마주할 가격표를 즉각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16GB 램을 탑재한 일반 노트북의 경우 제조 원가만 약 40~50달러(약 5만~6만 원), 스마트폰은 약 30달러(약 4만 원)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여기에 유통 마진까지 더해질 경우,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소비자 시장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마저 포착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달 자사의 소비자용 브랜드인 '크루셜(Crucial)'의 판매를 중단하고, 모든 생산 능력을 AI용 메모리에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듦과 동시에, 과거와 같은 '저렴한 메모리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고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결국 2026년의 소비자들은 더 비싼 값을 치르거나, 성능을 타협하거나, 혹은 구형 기기를 억지로 더 오래 사용해야 하는 '강제적인 소비 절벽' 앞에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