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룸바(Roomba)'로 유명한 미국 아이로봇(iRobot)이 경쟁 심화와 관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갔다.
아이로봇은 주요 제조사에 인수돼 비상장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아이로봇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챕터11(Chapter 11)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아이로봇은 중국에 기반을 둔 주요 제조사 '피세아 로보틱스(Picea Robotics)'에 인수돼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로봇은 앞서 지난 3월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후 저가 중국산 로봇청소기와의 경쟁 심화와 미국의 신규 관세 부과가 겹치면서 경영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법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아이로봇은 지난해 약 6억 8,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에코백스 로보틱스(Ecovacs Robotics) 등 중국 경쟁사의 공세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아이로봇은 미국과 일본 등 핵심 시장에서 여전히 강한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가격 인하 압박과 기술 고도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동시에 요구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아이로봇은 미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약 42%, 일본 시장에서 약 65%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로봇의 파산보호 신청 배경에는 관세 부담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이로봇은 미국 시장 판매 물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베트남산 수입품에 46%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올해에만 약 2,3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중장기 사업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로봇의 총부채는 약 1억 9,000만 달러다. 이는 2023년 유럽 경쟁당국의 반독점 조사로 아마존의 14억 달러 규모 인수 계획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조달한 차입금에서 비롯됐다.
이후 아이로봇이 피세아에 대한 대금을 연체하자, 피세아는 칼라일그룹이 운용하는 투자펀드들로부터 해당 채권을 인수했다.
파산 계획에 따라 피세아는 아이로봇의 지분 100%를 확보하고, 2023년 차입금 잔액 1억 9,000만 달러와 제조 계약에 따라 발생한 추가 채무 7,400만 달러를 전액 탕감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다른 채권자와 협력업체에 대한 채무는 전액 상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로봇은 이번 파산보호 절차가 앱 서비스, 고객 프로그램, 글로벌 파트너십, 공급망 운영, 제품 지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로봇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21년 한때 기업가치 35억 6,000만 달러까지 평가받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억 4,000만 달러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다.
199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 로봇공학자 3명이 설립한 아이로봇은 초기에는 국방·우주 분야 로봇 개발에 주력하다가 2002년 룸바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