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3.50~3.75%로 낮췄다.

시장 예상 범위 안의 결정이었지만, 성명서에 '일단 멈춤'을 시사하는 문구를 새로 넣으며 당분간 추가 인하에 속도를 내지 않을 뜻을 명확히 했다.

특히 정부 셧다운 여파로 최근 공식 지표 확보가 제한된 가운데 고용 둔화 조짐과 완고한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신중론이 힘을 얻은 모습이다.

이번 결정에서는 세 명의 위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내부의 이견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와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연은 총재는 동결을 주장했고, 스티븐 미란 이사는 오히려 0.50%포인트 인하를 요구했다.

금리 경로를 보여주는 '닷플롯'에서도 위원들 사이 간극이 더욱 벌어지며 연준이 내년 정책 방향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준의 최신 전망에 따르면, 내년 금리 인하는 1차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내년 말 2.4%까지 완만하게 하락하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2.3%로 오히려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제시됐다.

실업률 역시 4.4%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되면서 성장 둔화·물가 고착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9월 이후 총 175bp를 인하하며 기준금리는 중립 범위에 근접했다"며 "다음 조치는 경제 데이터가 말해줄 것"이라며 신중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조심스러운 비둘기파 스탠스'로 해석하며 미국 증시는 상승했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

이번 미국의 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에도 미묘한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우선 한·미 금리차 축소 기대가 커지며 한국은행의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현재 높은 금리차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지속됐던 만큼, 연준의 속도 조절은 한국은행이 서둘러 대응하지 않아도 되는 여지를 제공한다.

다만 연준이 향후 인하 속도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도 성급한 금리 인하에 나서긴 쉽지 않다.

물가가 재차 상방 압력을 받을 경우 통화정책 자율성은 다시 제약을 받을 수 있어서다.

또 금리 인하 기대 확산은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재확인될 경우 수입물가 안정, 국내 물가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어 내수 회복세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의 경기 반등 속도가 실제로 강화될 경우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한국 수출에는 호재가 되겠지만, 동시에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 늦춰질 위험도 상존한다.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신임 연준 의장을 지명할 예정인 만큼, 통화정책 기조가 2026년 이후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한국의 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 정책 변화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재부상할 경우 한국 제조업과 수출에도 직간접적 충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준은 이번 인하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속도 조절'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단기적으로 금리·환율 부담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정책 기조 변화와 미국 경기의 진폭 확대에 대비한 정교한 대응이 필요한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