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준 쿠팡 대표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했다.

그러나 시장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책임 회피용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즉각 제기되며 사태는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쿠팡은 10일 박 대표가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대표는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태 발생과 수습 과정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후임으로는 미국 모회사 쿠팡 Inc.의 최고관리책임자이자 법무총괄인 해롤드 로저스가 임시 대표로 선임됐다.

쿠팡 측은 로저스 대표가 고객 불안 해소와 조직 안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사임 발표 직후부터 '책임의 실체는 빠지고, 실제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의 인사 조치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최고경영자 교체라는 극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출 규모·원인 규명·보안 체계 붕괴 등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모회사 임원을 곧바로 임시대표로 투입한 결정은, 보안 시스템 전면 개선보다 '대외 이미지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와 감독당국의 시선도 여전히 차갑다.

사고 규모가 방대했던 만큼 사태의 전말, 내부 통제시스템의 허점, 피해 통보 및 보상 절차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 사임만으로 사태를 봉합하려는 것처럼 비쳐서다.

당국은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 조치와 관리·감독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후속 조치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플랫폼 기업 지배구조와 데이터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사과와 보안 강화를 약속했지만, 구체적 개선 일정과 외부 검증 절차가 마련되지 않는 한 실효성은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데이터 최소 수집, 접근통제 강화, 독립적 보안 감사를 포함한 전면적 시스템 재구축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업의 책임경영은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박 대표의 사임은 분명한 전환점이지만,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다.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구제 체계 마련 여부에 따라 이번 사태는 기업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도, 혹은 국내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쿠팡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 생태계와 데이터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