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본지 회장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지행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64년 만에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 시대를 앞두게 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국방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국방통'이라는 평판을 쌓아왔다.

그러나 그의 병역 이력, 즉 방위병 복무 전력은 대한민국 안보의 최정점에 서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 장관의 자격이 군 경력 하나로 단정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국방이 단순한 기술·행정적 운영을 넘어서 국가의 안보와 안위, 장병의 사기와 존엄을 상징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결코 가볍게 다뤄질 수 없다.

장관은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하고, 수십만 명의 장병을 간접적으로 통솔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같은 중대 사안을 다루는 최종 결정권자로서 군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정규 군복무를 하지 않은, 그것도 병장 계급 이상 복무 경험이 없는 인물이 군 전체를 아우르는 수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수많은 장병에게 상징적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최전방에서 실전처럼 훈련하며 복무하는 장병들에게 '방위 출신 장관'은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우려스럽다.

안 후보자는 15년 넘게 국회 국방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방 정책과 예산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시각에서 국방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역할이었다.

실제 병영 내 갈등 구조, 군 조직 문화, 전투 준비태세 등은 직접 복무한 이만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과거 소총수로서 22개월 복무했다고 하나, 당시 방위병 제도는 정규복무와 근본적인 괴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제도적 현실이었든 아니든, 군 현장을 경험한 깊이와 질감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정책의 최종 책임자는 단순한 관리자나 입안자가 아니라, 현장을 체감하고 리더십으로 이끄는 인물이어야 한다.

고위 장성들과 군사작전을 논하고, 유사시에는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지킬 '결정권자'로서 실전감각 없는 장관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민통제'의 원칙을 앞세워 안 후보자를 발탁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진정한 문민주의의 구현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적 안배와 보은의 결과였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특정 정당에서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해온 인물, 특히 국방 관련 논란에서 중심에 있었던 인사가 군 수장 자리에 앉는 순간, 군 내부의 정치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은 말보다 인사로써 입증돼야 한다.

최근 국방 환경은 사이버전, AI, 우주전, 정밀 타격 미사일 등 기술 집약적 전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민 전문가, 기술 중심의 정책가가 국방을 이끄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전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결국 인간이 결단하고,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결단의 영역'이다.

장관은 군 조직의 동력과 감정을 이해하고, 필요시에는 죽고 죽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군의 리더는 기술자가 아니라 전쟁지도자여야 한다. 전쟁을 책으로만 배운 이가 전장에 선다는 것, 그것은 국가적 리스크다.

국방위원회에서 오래 있었다는 경험을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머리로만 아는 지식일 뿐이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리더십과 군 내부의 신뢰는 결코 책상머리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국방은 기능과 전략의 영역인 동시에 신뢰와 상징의 영역이다.

안 후보자가 갖춘 정치적 경륜과 정책 전문성은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가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에서 요구되는 상징성과 리더십을 온전히 담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군은 장관을 '국민이 임명한 군 최고 책임자'로 바라보지만 동시에 '내가 따를 수 있는 리더인가'를 판단한다.

이 중요한 물음에 설득력 있는 답을 주지 못한다면, 문민 통제가 아니라 통제 불능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군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 군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인물.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에게 필요한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