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은행 대출 시장에서 가계 부문과 기업 부문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며 자금 흐름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양상이 뚜렷해졌다.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관리 기조가 강화된 가운데, 은행들이 기업 대출, 특히 대기업 부문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면서 건전성 확보와 수익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3.5조 원) 대비 증가 규모가 1.9조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는 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다.

주담대는 10월 +2.0조 원에서 11월 +0.7조 원으로 급감했다. 지난 10.15 대책 등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감(-0.3조 원)을 기록하는 등 전세 시장 관련 수요 감소도 한몫했다.

다만, 기타대출은 국내외 주식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신용 대출 수요를 중심으로 전월(+1.4조 원)과 비슷한 +1.2조 원 증가하며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반면, 11월 은행 기업 대출은 전월(+5.9조 원)보다 소폭 확대된 +6.2조 원의 증가 규모를 기록하며 역대급 활기를 보였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돋보인다. 10월 +0.2조 원에 그쳤던 대기업 대출은 11월 +2.4조 원으로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는 은행들이 기업 부문 영업을 강화한 결과와 더불어, 일부 대기업들의 시설 투자 자금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 대출은 전월(+5.7조 원) 대비 +3.8조 원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는데, 이는 10월 부가가치세 납부 등 계절적 요인이 사라진 것과 일부 은행들이 규제 비율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 대출 속도를 조절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대출과 달리, 직접 금융 시장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회사채 순발행은 시장 금리 상승과 연말 북클로징을 앞둔 투자 수요 둔화 등으로 전월(+0.7조 원) 대비 축소된 +0.4조 원 순발행에 그쳤다.

CP·단기사채는 MMF 수신 둔화에 따른 투자 수요 감소 등으로 -2.4조 원 순상환을 기록하며 시장 위축을 반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월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은 '가계 부문의 빗장'을 걸고 '대기업의 문'을 여는 방향으로 재편됐다"며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대신,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한 대기업 영업에 집중하면서 자금의 물줄기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