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국고채 금리 상승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최근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올해 국내외 경제·금융시장 평가와 향후 전망, 주요 리스크 요인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확대됐으나, 하반기 이후에는 새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경제와 증시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국고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기관의 양호한 건전성,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낮은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등 견조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복원력과 위기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2금융권 건전성 등 구조적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6·27 가계부채 관리대책과 부동산 PF 재구조화·정리 노력을 통해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위는 금감원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하며 시장 상황을 엄중히 점검하고, 필요하면 시장안정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내년 금융정책 방향과 관련해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을 축으로 하는 '3대 금융 대전환'을 가속화하겠다"며 "이를 위해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든든한 토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리·환율 등 단기 변동성뿐 아니라 미·일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미·중 패권 경쟁과 통상환경 변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AI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등 구조적 변화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대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1% 후반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금융시장도 기업 실적 개선과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금융권의 양호한 건전성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경색 등 과거와 같은 심각한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미·일 등 주요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글로벌 AI 과열 우려, 재정건전성 부담에 따른 장기국채 금리 상승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재확대, 국내 취약업종 부진, 가계부채 관리 문제 등은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일본·호주·캐나다 등은 금리 인하 종료 또는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글로벌 자금 흐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과 관련해서는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75조~90조 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예상되고, 재정건전성과 대외신인도,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운용 등을 감안할 때 수급 여건은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국채·공사채 발행 확대, 대외 불확실성 등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회의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100조 원+α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 운용 방안도 논의됐다.

이 위원장은 올해 비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중심으로 약 11조 8,000억 원을 신규 매입하며 시장 안전판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연장해 최대 37조 6,000억 원의 유동성을 채권·단기자금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최대 60조 9,000억 원 규모의 관련 지원 프로그램도 차질 없이 운영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은 작은 이벤트에도 변동성이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사전 점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년 회사채·은행채·여전채 만기 구조와 금융권의 채권 보유 규모,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현황을 면밀히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