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만 타면 동영상이 끊긴다", "LTE로 화상회의를 하려니 화면이 멈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실시한 통신 품질 평가 결과, 고속철도(KTX·SRT) 구간의 통신 품질 불량이 여전히 '고질병'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올해 처음 도입된 '서비스별 요구속도 충족률' 평가에서는 LTE망의 데이터 전송 능력이 화상회의 등 고용량 서비스를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임이 데이터로 증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평가는 통신사들이 홍보하는 '최고 속도'가 아닌, 소비자가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품질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역시 고속철도다.
연간 1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국민 이동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5G 품질 미흡 구간이 19곳(KTX·SRT 경부·호남선 등)이나 발견됐다.
특히 통신 3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5G망을 함께 쓰는 '공동망' 구간에서 접속 끊김이나 속도 저하가 빈번했다.
정부가 지난해 지적했음에도 천안아산~오송~대전 등 5개 핵심 구간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설비 투자를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승객들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처음 공개된 '요구속도 충족률'은 통신 서비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요구속도 충족률은 웹 검색(5Mbps), 숏폼(20Mbps), 화상회의(45Mbps), 고화질 스트리밍(100Mbps) 등 서비스별로 원활한 사용에 필요한 속도를 얼마나 충족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5G의 경우 고화질 스트리밍 기준 98.18%의 충족률을 보였으나, LTE는 화상회의 기준 충족률이 74.2%에 그쳤다.
쉽게 말해 LTE로 화상회의를 하면 10번 중 2~3번은 끊김이나 화면 멈춤 현상을 겪는다는 얘기다.
지역 간 '디지털 격차'도 여전했다.
5G 서비스의 고화질 스트리밍 충족률은 대도시가 99.08%인 반면, 농어촌은 96.05%에 머물렀다.
실내와 실외의 품질 차이도 뚜렷해, 여전히 통신 인프라 투자가 인구 밀집 지역과 실외에 편중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올해 통신 속도 측정치는 전년 대비 수치상 하락했다.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73.55Mbps(전년 1,025.52Mbps), LTE는 96.18Mbps(전년 178.05Mbps)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실제 품질 저하보다는 측정 방식 변경에 따른 영향이 크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이용자 환경을 반영해 5G와 LTE를 동시에 측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며 "5G 비단독모드(NSA) 특성상 LTE 자원이 분산되면서 속도 수치가 낮게 측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수치 비교보다는 '거품'을 걷어낸 진짜 실력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는 이번 평가에서 품질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된 5G 32개 지역, LTE 58개 지역의 구체적인 위치와 통신사 정보를 공개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통신사의 망 투자를 강제하겠다는 의도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품질 미흡 지역을 공개해 통신사들의 설비 투자를 유도하겠다"며 "2026년에는 5G 단독모드(SA)에 대비한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등 평가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