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불법 자금 모집과 기형적인 스카우트 관행에 금융당국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보험설계사 수십 명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고객들에게 1,100억 원대 불법 대출을 알선한 초대형 금융사고가 적발되면서다.

금융당국은 해당 법인보험대리점(GA)의 등록을 취소하는 법규상 최고 수준의 제재를 내리는 한편, 업계에 만연한 변종 지원금 제도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설계사들이 대부업체의 유사수신 사기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GA인 피에스파인서비스에 대해 즉각적인 검사를 실시한 결과 등록 취소 조치를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사태는 보험 영업 현장이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불법 금융의 온상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당국은 추가적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제재 절차를 밟았다.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난 범행 수법은 치밀하고 대담했다.

해당 GA 소속 대표이사와 설계사 등 67명은 고객 415명을 조직적으로 꼬드겨 관계사인 'PS파이낸셜대부'에 자금을 빌려주도록 알선했다. 이들이 중개한 자금 규모만 무려 1,113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업체가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약 294억 원이 공중분해 됐고, 믿었던 설계사에게 노후 자금 등을 맡긴 고객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이 다수의 소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점을 고려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다.

금감원은 설계사들이 고객 돈을 대부업체로 유치한 행위를 보험업법상 금지된 '대부중개업' 영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GA에는 시장 퇴출에 해당하는 '등록취소' 처분이 내려졌으며, 범행을 주도하거나 방조한 임원 8명에게는 해임 권고 등 중징계가 통보됐다.

직접 가담한 설계사 67명은 전원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 되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의 이면에 GA 업계의 과열된 리크루팅(설계사 유치) 경쟁과 기형적인 자금 지원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보험사나 대형 GA들은 타사 설계사를 빼오기 위해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는데, 이를 규제 회피 목적으로 대여금 형태로 지급하는 변칙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특히 GA가 설계사에게 자금을 빌려주며 고금리 이자를 챙기거나, 아예 대부업체를 연결해 대출을 주선하는 행위는 사실상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설계사가 빚의 굴레에 갇혀 무리한 영업을 하거나, 이번 사건처럼 고객을 불법 금융으로 유인하는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구조다.

당국은 앞으로 설계사 위촉 시 준법 점검을 강화하도록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뜯어고치는 한편, 대여금 형태의 지원금 제도에 대해서도 엄격한 감독 잣대를 들이댈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에게 무상이나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향후 수수료로 상환받는 방식 역시 정착지원금 규제 대상에 포함해 관리할 것"이라며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이번 사례처럼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