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2%대 중반까지 높아졌지만, 한국은행은 근원물가 안정과 국제유가 약세 등을 감안할 때 물가 상승률이 점차 목표 수준인 2% 근방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거나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재차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물가 흐름과 향후 전망을 종합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로 지난해보다 둔화됐다.

상반기에는 국제유가 하락과 부진한 수요가 물가 상승 압력을 낮췄고, 하반기에는 기상 여건 악화와 환율 상승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11월 2.4%까지 높아졌다. 이는 여행 수요 증가에 따른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폭우·폭염과 가을장마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농축수산물 가격의 물가 기여도가 하반기 들어 크게 확대된 점이 이번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10월 일시적으로 2.2%까지 올랐으나, 11월에는 2.0%로 다시 낮아졌다.

여행 관련 서비스 가격 급등이 진정된 데다, 공공서비스 요금 상승세가 둔화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진 속에서도 근원물가가 2% 내외를 유지한 것은 팬데믹 이후 누적된 비용 압력이 서비스 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향후 물가 여건을 보면 상방과 하방 요인이 혼재해 있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로 배럴당 60달러대 초중반까지 하락해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대 중후반까지 올라 수입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 역시 이상기후와 공급 차질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민간소비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 실질소득 개선과 소비 진작 정책, 확장 재정 기조 등이 소비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 압력과 유류세 인하 축소 등은 향후 물가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꼽혔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여건을 종합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돼 2%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출하 확대와 정부 물가 안정 대책으로 상승세가 완화되고, 석유류 가격도 국제유가 약세로 내년 초부터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근원물가 역시 내년에도 2% 근방의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물가 전망 경로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확대될 수 있고, 겨울철 이상기후나 가축 전염병 발생 시 농축수산물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상방 리스크에 대한 경계는 늦출 수 없다"며 "향후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