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가속 사고와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올해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자동차로 현대차 아이오닉9과 팰리세이드, 넥쏘, 기아 EV4가 선정됐다.
정부는 충돌 이후 탈출 안전성과 운전자 조작 실수까지 평가 범위에 포함시키며 자동차 안전 기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17일 '2025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 종합 결과를 발표하고, 총 11개 평가 차종 가운데 현대차 아이오닉9·팰리세이드·넥쏘와 기아 EV4 등 4개 차종이 최고 등급인 1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자동차안전도평가는 충돌 안전성, 외부 통행자 안전성, 사고 예방 안전성 등 세 분야를 법적 기준보다 엄격한 조건에서 시험해 공개하는 정부 주도 평가 제도다.
올해는 전기차 6종, 하이브리드차 2종, 내연기관차 2종, 수소전기차 1종이 평가 대상에 올랐다.
종합 결과를 보면, 아이오닉9과 넥쏘, EV4는 충돌 안전성과 사고 예방 성능에서 모두 최고 수준의 점수를 기록했고, 팰리세이드는 대형 SUV임에도 보행자 보호와 사고 예방 항목에서 균형 잡힌 성적을 거두며 1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BMW iX2와 KGM 무쏘EV, 기아 타스만은 2등급, 혼다 CR-V는 3등급에 그쳤다. BYD 아토3와 테슬라 모델3는 4등급, 포드 익스플로러는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올해 평가는 평가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토부는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급가속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평가'와 '사고기록장치 평가'를 새로 도입했다. 운전자 실수 가능성까지 차량 안전 성능의 일부로 본 것이다.
전기차 안전성 평가도 강화됐다.
충돌 이후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차량에 갇히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충돌 후 탈출·구출 안전성 평가'가 새롭게 도입됐고, 그 결과가 종합 점수에 반영됐다. 단순 충돌 성능을 넘어 사고 이후 생존 가능성까지 평가 기준에 포함시킨 셈이다.
전기차를 대상으로 별도로 실시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안전기능 평가에서는 아이오닉9, 무쏘EV, EV4, 테슬라 모델3가 별 4개를 획득했다.
BYD 아토3는 별 3개, BMW iX2는 별 2개에 머물렀다.
이 평가는 종합 등급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직결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국토부는 이번 평가 결과를 계기로 자동차 안전 정책의 초점을 '사고 예방'과 '사고 이후 안전'으로 동시에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홍목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과 페달 오조작 등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평가 항목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강화하겠다"며 "자동차안전도평가를 통해 제작사의 안전 기술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