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비자로 입국해 오피스텔 임대업을 하거나, 수억 원의 현금을 세관 신고 없이 여행 가방에 숨겨 들여와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외국인들의 불법·편법 부동산 거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외국인의 비주택(오피스텔) 및 토지 이상거래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88건의 위법 의심 거래(위법 의심 행위 126건)를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이뤄진 외국인 부동산 거래 중 이상 징후가 포착된 167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 11월 발표된 주택 이상거래 조사에서 적발된 210건을 합치면, 최근 정부 합동 조사에서 드러난 외국인 부동산 위법 의심 사례는 총 298건에 달한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불법 유형은 '자금 세탁'과 '무자격 영업', '기업 자금 유용' 등 내국인 범죄 못지않게 교묘하고 대범했다.
가장 빈번하게 적발된 유형은 해외 자금의 불법 반입이었다.
외국인 A씨는 서울 소재 오피스텔을 3억 9,500만 원에 매입하면서 자금의 대부분인 3억 6,500만 원을 불법으로 조달했다.
A씨는 해외에서 수차례에 걸쳐 현금을 휴대해 반입하거나 이른바 환치기 수법을 쓴 것으로 의심돼 관세청에 통보됐다.
현행법상 미화 1만 달러를 초과하는 현금을 들여올 때는 반드시 신고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부동산 쇼핑 자금으로 쓴 셈이다.
체류 자격을 위반한 사례도 있었다.
90일짜리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B씨는 영리 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서울의 오피스텔을 매입한 뒤 보증금 1억 2,000만 원에 월세 계약을 맺고 임대 수익을 챙기다 적발됐다.
법무부는 이를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보고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 자금을 사금고처럼 쓴 '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국인 C씨는 서울 소재 아파트를 49억 원에 매수하면서 자신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 돈 38억 원을 빌려 썼다.
차용증도, 적정 이자 지급 내역도 없어 법인 자금 유용 및 편법 증여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또 다른 외국인은 사업 운전자금으로 받은 대출금을 유용해 14억 5,000만 원짜리 단독주택을 샀다가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시숙 등 친인척 명의로 아파트를 분양받게 한 뒤 전매 제한이 풀리자마자 명의를 넘겨받는 식의 불법 전매 의심 사례와 취득세 지원금 명목으로 돈을 돌려받아 실제 거래 가격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다운 계약' 의심 사례들도 다수 확인됐다.
정부는 이번에 적발된 위법 의심 행위들을 국세청, 관세청, 법무부, 금융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 기관에 즉시 통보해 탈세액 추징과 수사 의뢰, 대출 회수 등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 8월 서울·경기·인천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4개월의 유예 기간이 끝남에 따라, 실거주 의무 위반에 대한 고강도 현장 점검을 예고했다.
허가구역 내 토지를 취득한 외국인은 4개월 내에 입주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취득가액의 10% 범위에서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된다.
김용수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장은 "외국인의 부동산 불법 거래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앞으로도 관계 부처와 협력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