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와 최대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 규모의 원유 수입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 중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었던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미국으로 대거 유입되는 신호탄으로, 글로벌 에너지 패권 지형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 측이 3000만~5000만 배럴에 달하는 '제재 대상 원유'를 미국에 인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빅딜'은 최근 미군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하고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 대통령으로 내세운 직후 이루어졌다.
사실상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이 베네수엘라의 에너지 문호를 강제로 개방시킨 셈이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역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이지만, 미국 정유사들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를 수용하며 협조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특히 2020년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제재 강화 이후 베네수엘라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또한 이번에 미국으로 향하게 될 원유는 현재 수출길이 막혀 유조선과 저장 탱크에 묶여 있던 재고분으로, 당초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물량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번 합의는 미국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등 멕시코만 연안의 미국 정유시설들은 베네수엘라가 생산하는 중질유 처리에 특화되어 있다.
더그 버검 미 내무장관은 "베네수엘라산 중질유 유입은 미국 내 일자리 안정과 휘발유 가격 안정에 '엄청난 뉴스'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실제로 이날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공급 확대 기대감에 1.5% 이상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 베네수엘라 원유의 대미 수출은 미국 기업 중 유일하게 제재 예외를 인정받은 쉐브론(Chevron)이 주도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크리스 라이트 장관 주도하에 해상에 묶여 있는 원유를 신속히 미국 항만으로 이송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 상태라 대금 결제 및 자금 운용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후속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