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고 직접 통제를 선언하면서 2026년 새해 세계 경제가 거대한 지정학적 실험대 위에 올랐다.
워싱턴의 이번 승부수는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시장에 풀리며 에너지 가격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뒤흔들 '빅 이벤트'로 꼽힌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국제 유가 안정과 막대한 재건 사업 수주라는 '기회'와 강달러 기조 심화에 따른 '환율 리스크'라는 위기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5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전례 없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는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금값이 온스당 4,400달러를 돌파하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등 물밑에서의 긴장감은 팽팽하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지정학적 채찍질(Geopolitical whiplash)'로 규정하며, 투자자들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빈번한 정치적 리스크를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한국 경제의 시선은 무엇보다 '에너지 패권'의 이동과 '건설 특수'에 쏠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유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며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재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이 본격화되어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경우, 한국의 무역수지 개선과 물가 안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산업계는 베네수엘라의 황폐화된 석유 인프라 재건 과정에서 파생될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
엑손모빌 등 미국 메이저 기업들이 자본을 대고, 실제 플랜트 시공 능력(EPC)이 검증된 한국 건설사들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시설은 수십 년간의 투자 부족으로 사실상 붕괴 직전 상태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기술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는 과거 중동 붐에 버금가는 대형 수주 시장이 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국의 주도 하에 시장이 개방된다면 리스크는 줄어들고 사업 기회는 대폭 확대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환율'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입 물가가 치솟아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체제 전환 비용을 동맹국들에게 분담시키거나, 정치적 지지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발생할 외교·경제적 청구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실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스티븐 도버 수석 전략가는 "정치적 안정과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만 베네수엘라가 글로벌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에 있어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은 단기적인 환율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시장 개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정교한 경제 외교와 수주 전략 수립이 시급해 보인다.
2026년 새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충격파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기폭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