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026년 새해 경영 화두로 다시금 '격의 없는 소통'을 꺼내 들었다.

권위적인 시무식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고 직원들과 무릎을 맞대고 앉아, 조직 내 위험 신호(Red Flag)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가 곧 그룹의 생존 경쟁력임을 역설했다.

HD현대는 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글로벌R&D센터(GRC)에서 정기선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행사인 '오프닝 2026(Opening 2026)'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통상 경영진이 단상에 올라 일방적으로 목표를 하달하던 기존 시무식의 틀을 완전히 깨고,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의 상징인 '말띠' 직원들이 대거 초청되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정 회장은 이날 행사 내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 회장은 격식을 차린 신년사 대신 임직원들의 새해 소망을 듣는 '공감 토크'와 '영상 응원 메시지' 시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 회장은 직원들의 질문 하나하나를 메모하고 즉석에서 답변을 내놓는 등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성과를 묻는 직원의 질문에 정 회장은 "차세대 CAD(컴퓨터지원설계) 도입과 소형모듈원전(SMR), 건설기계 신모델 출시 등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한 점"을 꼽았다.

이어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사업을 주축으로 선제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던 것이 2025년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평가하며 그룹의 체질 개선 노력에 대해 자평했다.

이날 정 회장이 가장 힘주어 말한 대목은 '조직 문화'였다.

정 회장은 개선해야 할 관행을 묻는 질문에 "조직 내부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었을 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건강한 업무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유연하고 투명한 '소통 문화'에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두려움 없는 의사소통을 주문했다.

정 회장은 "여러분의 솔직한 의견들이 모여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더욱 명확하고 단단하게 만든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파격 시무식이 정 회장의 평소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직후부터 예고 없이 직원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함께하거나, '하이파이브 데이'에 참석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등 현장 스킨십을 강화해왔다.

또한 HD현대일렉트릭 배전캠퍼스 건설 현장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직접 반영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