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이 10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과 향후 전망이 월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약 10% 급락했다.
AI 클라우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막대한 자본투자가 당장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점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오라클은 이날 장 마감 후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 9월~2025년 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60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162억 1,000만 달러)를 소폭 하회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67억 달러에 그쳐 기대치(68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순이익은 주당 2.26달러로 시장 전망을 웃돌았지만, 이는 앰페어 컴퓨팅 지분 매각으로 발생한 27억 달러 규모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결과여서 본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불안은 2분기 실적 자체보다 향후 분기 전망에서 더욱 커졌다.
오라클은 3분기(2026 회계연도) 조정 주당순이익을 1.64~1.68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애널리스트 예상치(1.72달러)에 못 미친 수준이다.
3분기 매출 증가율 전망 역시 16~18%로 제시됐지만, 월가가 기대한 19%대 성장에는 미달했다.
클라우드 매출 전망도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다.
특히 설비투자 확대가 투자자 우려를 키웠다.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 규모가 기존 추정치(350억 달러)보다 150억 달러 늘어난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단기 비용 부담이 실적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객이 자체 칩을 제공하는 구조'나 '벤더로부터 용량을 임대하는 모델' 등 다양한 조달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가 실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오라클의 미래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미래 계약 잔액'은 5,230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5,260억 달러)에는 미달했다.
오픈AI 등과의 대형 클라우드 계약을 기반으로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으나, 기대치만큼의 속도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경영진은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 조달 방안과 관련해 다양한 모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클레이 마구이어크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고객이 자체 칩을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초기 설비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 벤더와는 용량을 임대하는 방식의 협업 모델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래리 엘리슨 회장은 앰페어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 "데이터센터에서 특정 칩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결정했다"며, 앞으로 엔비디아 등 다양한 칩을 계속 구매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오픈AI와의 협력 등으로 클라우드 수요는 커지고 있으나, 어떤 칩을 쓰느냐에 따라 인프라 설계·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유연성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오라클의 실적 충격은 AI 인프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관련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으나 낙폭은 1% 미만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