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미국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 7,000억 원)를 투자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가 경쟁사 인텔을 사실상 구제하면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대만 TSMC·AMD 등 기존 경쟁사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직간접적인 파급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인텔 지분 약 4%를 확보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10% 지분·57억달러), 일본 소프트뱅크(20억달러) 등 대규모 자금 지원에 이어 단행된 것으로, 인텔은 '생존 자본'을 확보하게 됐다.
양사는 데이터센터·PC용 차세대 칩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다만 엔비디아 GPU를 인텔 파운드리에서 직접 위탁생산하지는 않고, 인텔의 CPU 및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동맹이 TSMC와 AMD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현재 엔비디아 GPU 대부분을 생산하는 TSMC 입장에서는 향후 일부 물량이 인텔로 이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AMD 역시 데이터센터 CPU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해왔지만, 엔비디아의 지원으로 인텔의 입지가 강화될 경우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이번 협력은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와 양강 체제를 구축 중인 삼성전자는 인텔의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인텔의 생산 기술은 삼성·TSMC에 비해 뒤처져 있어 단기적인 직접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최대 공급사인 만큼,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그러나 인텔이 장기적으로 자체 메모리·패키징 기술을 확대할 경우, 협력보다는 경쟁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가드조 세비야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자로 인텔이 AI 낙오자에서 핵심 축으로 재편될 수 있다"며 "TSMC·AMD뿐 아니라 삼성·하이닉스 같은 메모리·파운드리 업체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증권가 관계자 역시 "단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HBM 공급 확대에 따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인텔이 메모리와 패키징 영역까지 확대한다면 한국 기업과의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