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본지 회장
대우건설이 또다시 노동자의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 9일 경기 시흥 '푸르지오 디오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철제 계단 설치 도중 구조물이 이탈해 머리를 맞고 숨졌다.
불과 닷새 전 울산 북항터미널 현장에서도 근로자가 작업 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극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현장 사망자를 낸 곳이 바로 대우건설이다.
단일 연도에만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특정 현장이나 개별 작업자의 과실로 돌릴 수 없는, 구조적 안전 불감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우건설은 '깊은 애도'와 '재발 방지'를 외치며 대책을 약속해왔다. 이번에도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내고 전국 105개 현장 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언제나 임시 처방에 그쳤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사고가 터졌다. 그 사이 희생되는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생명이다.
더 큰 문제는 안전 책임이 사실상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원청은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에 몰두하고, 위험한 작업은 하청 인력에게 맡겨진다.
법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대형 건설사들이 '면피용 안전 관리'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대우건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 전반을 뿌리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단순히 외부 전문가 점검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안전관리 인력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원청이 책임지고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장 관리자와 최고경영진이 똑같이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는 구조가 정착되지 않는 한, '재발 방지'라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노동자의 죽음을 대가로 삼아 이뤄지는 성장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대우건설이 보여줄 책임 있는 태도는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단 한 명의 노동자도 목숨을 잃지 않는 안전문화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