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산 인공지능(AI) 칩을 기반으로 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며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과의 연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 속에서 기술 자립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 행보다.
중국 관영 CCTV는 17일 국영 통신사 중국유니콤이 칭하이성 시닝에 총 3억 9,000만 달러(약 5,300억 원)를 투입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설은 완공 시 연산능력 20,000 페타플롭스를 확보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3,579 페타플롭스 규모가 구축됐다.
특히 사용된 칩은 약 72%가 알리바바의 반도체 자회사 T-Head가 공급한 제품으로, 나머지는 Biren Tech, MetaX, Zhonghao Xinying 등 중국 내 스타트업들이 채웠다.
중국이 미국 엔비디아 칩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자국산 반도체의 대규모 도입을 가속화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인프라 확충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 추진하는 '디지털 실크로드'의 내수 시험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일대일로)의 ICT 버전으로, 5G·데이터센터·스마트시티·위성통신 등 정보통신 인프라를 해외 파트너국에 수출·확산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산 칩+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서비스'를 묶은 패키지 모델을 내수에서 검증한 뒤, 동남아·중동·아프리카 등 디지털 실크로드 참여국에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시도에 대한 대응이자, 국제 기술 표준 경쟁의 한 축으로 해석된다.
다만 성능 격차와 생태계 문제는 여전히 중국의 리스크 요인이다.
알리바바의 PPU 칩이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 H20과 비교 가능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소프트웨어 최적화 및 호환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데이터센터를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와 글로벌 기술 영향력 확대 전략이 교차하는 상징적 사례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견제가 심화될수록, 중국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 자국산 기술을 국제 시장으로 확산시키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