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본지 회장
정치인의 품격은 그가 내뱉는 한마디에서 드러난다. 권력의 무게를 견디고 공적 책임을 다할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언어에 신중해야 한다.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 이전에, 상대를 존중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정치인의 기본 자질이다.
그러나 최근 조국혁신당 성추행 사건을 둘러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의 발언은 이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개돼지", "죽고 살 일인가"라는 표현은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결여된 태도로 비쳤다.
최 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부적절한 언사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 원장은 이미 여러 차례 부적절한 언사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설치는 암컷", "딸딸이" 발언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떠나, 공적 자리에서의 반복된 설화는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특정 사안을 가볍게 축소하거나, 국민 정서를 조롱하는 듯한 발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정치인의 언어는 개인의 자유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발언이 갖는 파급력이다. 국민은 정치인의 언어를 통해 정당의 태도와 품격을 가늠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민감한 성추행 문제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인물이 희화화 혹은 비하성 언사를 쏟아낸다면, 피해자 보호와 성평등이라는 가치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민주주의 정치가 신뢰를 기반으로 서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치명적인 자해 행위다.
정치인은 단순히 정책을 제시하는 기술자가 아니다. 공적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자로서, 말 한마디가 사회를 치유할 수도, 분열시킬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정치인의 자격은 능력 못지않게 언어의 품격으로 검증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최 원장의 발언은 국민 앞에 서는 자의 무게를 망각한 사례이며, 그가 정치인으로서 지녀야 할 '격'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치적 진영을 막론하고, 국민은 품격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 설득과 토론은 가능하되 모욕과 조롱은 없어야 한다. 정치인의 자격은 결국 말에서 비롯된다. 말이 곧 품격이며, 그 품격이 곧 정치의 수준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