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밥상 물가'의 지표인 쌀과 마늘, 채소류 가격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오르자 정부가 비축 물량 방출과 관세 인하 등 전방위적인 수급 안정 대책을 가동한다.

특히 20% 가까이 뛴 쌀값을 잡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시장격리 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대비해 계란 수입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두고 쌀·마늘·계란 등 주요 먹거리의 수급 안정을 위해 시장격리 물량 재검토와 비축·수입 확대 등 종합 대응에 나선다.

1월 현재 농축산물 전반의 수급은 안정적인 편이지만, 일부 필수 식자재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쌀(20kg) 도매가격은 6만 2475원으로 전년 대비 17.8% 급등했고, 깐마늘 역시 kg당 1만 1533원을 기록하며 16.8% 올랐다.

겨울철 밥상에 자주 오르는 상추(21.1%↑), 깻잎(13.9%↑), 딸기(15.8%↑) 등도 일조량 부족 탓에 오름세가 가파르다.

정부는 우선 고공 행진 중인 쌀값 안정을 위해 정책 방향을 틀었다.

당초 쌀값 지지를 위해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시장격리 물량(10만 톤) 중 4만~5만 톤에 대해서는 실제 격리 여부를 신속히 재검토하기로 했다.

통상 시장격리는 공급 과잉일 때 물량을 시장에서 빼내 가격을 방어하는 수단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격이 너무 올라 문제인 상황이다.

따라서 격리를 보류해 시중 유통 물량을 유지함으로써 가격 급등을 억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농식품부는 오는 22일 국가데이터처의 소비 전망 발표 직후 구체적인 수급 대책을 확정할 방침이다.

김장철 이후 재고가 줄어들며 가격이 뛴 마늘은 정부 비축 물량 2000톤을 설 성수기에 집중적으로 푼다.

저장 마늘을 깐마늘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로스율(손실률)이 높아져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상추와 딸기 등 시설 채소류는 1월 중순 이후 기상 여건이 호전되고 딸기 2화방 출하가 본격화되면 자연스럽게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축산물 물가의 '뇌관'인 계란 수급에도 안전장치를 걸었다.

최근 AI 확산으로 산란계 432만 마리가 살처분됐지만, 6개월령 이하 예비 산란계가 전년 대비 14.7%(2938만 마리) 늘어난 상태라 공급 대란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심리적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신선란 224만 개를 시범 수입해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빵·과자 제조에 쓰이는 가공용 계란 4000톤에는 할당관세를 조기 적용해 국내산 계란 수요를 분산시키는 '투트랙' 전략을 쓴다.

가공식품 물가와 관련해서는 원가 부담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설탕, 커피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22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식품기업에 5400억 원 규모의 원료 매입 자금을 지원한다.

아울러 오는 22일 차관 주재로 식품업계 간담회를 소집, 명절 전후 가격 인상 자제를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축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이달 중으로 구체적인 '2026년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