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ESS(에너지저장장치) 격전지로 꼽히는 일본에서 LS일렉트릭이 국내 기업 중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하며 'K-전력'의 저력을 입증했다.

폐쇄적이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전력 시장에서 단순히 배터리를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설계부터 시공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일본 현지 ESS 사업 누적 수주액이 총 612억 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일본에 진출한 국내 전력·에너지 기업이 거둔 연간 실적 중 최대 규모다.

LS일렉트릭은 단순 기자재 납품을 넘어 EPC(설계·조달·시공)와 PCS(전력변환장치), 신재생 발전소 투자 등 ESS 밸류체인 전반을 장악하며 현지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이번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일본 전력 시장은 품질 기준이 엄격하고 자국 기업 선호도가 높아 '외산의 무덤'으로 불린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017년 홋카이도 '치토세 태양광 발전소' 구축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공들여온 '현지화 전략'과 '기술 신뢰'를 수주 비결로 꼽는다.

치토세 프로젝트는 일본 최초의 태양광-ESS 연계 발전소로, 당시 성공적인 준공이 현지 업계의 인식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LS일렉트릭은 2024년 도쿄도(都)가 주관하는 보조금 연계 ESS 사업의 절반 가까이를 싹쓸이하며 수도권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기세를 몰아 지난해 4월에는 사업비 360억 원 규모의 미야기현 '와타리 ESS 사업(PCS 20MW·배터리 90MWh)'을 따냈고, 11월에는 190억 원 규모의 시스템통합(SI) 사업까지 연달아 수주하며 일본 전역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LS일렉트릭의 '기술 풀라인업' 역량이다.

배터리 셀을 제외한 PCS, 전력기기, 시스템 제어 등 ESS 구현에 필요한 핵심 설비를 일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은 일본 바이어들이 LS일렉트릭을 선택한 핵심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복잡한 전력 계통 특성에 맞춘 최적 설계와 장기간의 안정적 운영 노하우가 결합되어 현지 고객의 높은 신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일본 ESS 시장은 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ESS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억 4360만 달러(약 4500억 원)에서 2030년 10억 9649만 달러(약 1조 4400억 원)까지 3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역시 2033년까지 약 1871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어, LS일렉트릭의 이번 수주 성과는 향후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확실한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일본 시장에서의 최대 수주 실적은 기술력과 사업 역량, 현지화 전략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검증된 맞춤형 솔루션을 앞세워 일본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를 발판 삼아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ESS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