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위한 조직'을 표방해 온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이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충격적인 감사 결과가 나왔다. 규정을 무시한 회장의 '황제 출장'부터 임원들의 '셀프 성과급 잔치', 인사권 독립 훼손까지 총체적 난국이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상 초유의 고강도 감사를 통해 확인된 비위 혐의에 대해 즉각 수사를 의뢰하고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 편집자 주 -

농협의 방만 경영은 조직 내부의 '이권 카르텔'로 완성됐다. 특정 인맥과 연줄이 있는 곳에는 무이자 자금이 쏠리고, 퇴직 선배들이 만든 회사에는 일감이 떨어졌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회원조합 지원을 위한 '무이자 자금'은 힘 있는 조합들의 전유물이었다.

지난해 무이자 자금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1조 원 증가한 13조 원에 달했으나, 그 혜택은 불공평했다.

일반 조합에 대한 지원이 7.6% 늘어나는 동안, 조합장이 중앙회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이사 조합'에 대한 지원은 26.3%나 폭증했다.

선거를 의식한 전형적인 '내 편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리도 만연했다. 농협중앙회는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용역업체와 경비·운전 인력 계약을 관행적으로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심지어 자회사는 이 업체에 건물 일부를 무상으로 내주기까지 했다.

농협재단 역시 2022년 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체결한 623억 원 규모의 계약 중 99.8%에 달하는 622억 원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이 중 599억 원은 농협 관련 계열사들과의 거래였다.

농식품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1월 중 '농협개혁 추진단'을 구성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한다.

특히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외부 회계감사 주기 단축 등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고, 선거 제도와 지배구조 개선까지 손을 댈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기 위해 국무조정실, 금융당국과 범정부 합동 감사를 검토 중"이라며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