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8일 경기도 수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제1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1차회의'에서 정부·유관기관, 5대금융지주 대표, 포용금융 민간전문가 등과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추진해 나가야할 포용금융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정부와 5대 시중은행이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취약계층을 구하기 위해 향후 5년간 7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푼다.

단순히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서민금융 금리를 대폭 낮추고 은행권 자체 재원으로 이자를 깎아주는 등 '포용적 금융'으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마중물을 붓고 민간이 화답하는 이번 '포용금융 대전환'이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하고 서민 경제의 연착륙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8일 경기도 수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포용적 금융 대전환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회장단과 유관기관, 민간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향후 5년간의 포용금융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긴급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제는 장기 연체와 고강도 추심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라며 금융 접근성 제고와 신속한 재기 지원, 안전망 강화라는 3대 과제를 제시했다.

정부는 우선 정책서민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한다.

당장 이달부터 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를 시중보다 3~6%포인트 낮게 제공해 금융 소외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한 은행권 대표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의 연간 공급 규모를 올해 4조 원에서 오는 2028년까지 6조 원으로 대폭 늘린다.

단순히 공급 목표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포용금융 실적을 은행 평가에 반영해 서민금융 출연금을 조정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도입, 은행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악성 채무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금융권이 관행적으로 소멸시효를 연장하거나 부실 채권을 반복 매각해 채무자를 영구적인 빚쟁이로 만드는 행태를 혁파하기로 했다.

아울러 불법 사금융에 대해서는 '원스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적용, 한 번의 신고만으로도 즉시 추심을 중단시키고 대포통장을 동결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5대 금융지주가 내놓은 총 70조 원 규모의 민간 지원 방안이었다.

각 금융지주는 단순 기부가 아닌, 그룹의 핵심 역량을 동원한 실질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맏형 격인 KB금융은 가장 큰 규모인 17조 원을 약속했다.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은행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는 대환 대출에 집중하고, 최장 15년 분할 상환과 1년 원금 상환 유예를 통해 연체 차주의 재기를 돕는다.

신한금융은 15조 원을 투입해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배달앱 '땡겨요' 등 비금융 플랫폼을 활용해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저축은행 고객을 은행으로 유입시키는 사다리 역할에 집중한다.

하나금융(16조 원)은 이미 지난해 말 청년 새희망홀씨를 출시한 데 이어, 서울형 개인사업자 대출 대환과 햇살론 이자 캐시백 등 체감형 지원을 늘린다.

우리금융은 7조 원 규모의 지원과 함께 '신용대출 금리 7% 상한제'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기에 연체 6년이 지난 1,000만 원 이하 소액 채권에 대해서는 추심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금융 역시 15조 원을 투입, 농업인과 소상공인에게 최대 0.5%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제공하며 특화된 지원을 이어간다.

이 위원장은 "매달 회의를 열어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전문가 TF를 통해 디테일을 다듬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