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국 테크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200'의 신규 주문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엔비디아가 중국 고객사들을 상대로 전례 없는 고강도 영업 조건을 내걸어 파장이 일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H200을 주문하는 중국 고객사들에게 '주문 취소 불가, 환불 불가, 사양 변경 불가'라는 가혹한 3무(無) 조건을 통보했다.
과거에는 일부 계약금만 걸고 주문이 가능했던 관행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중국 당국의 최종 승인이 떨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품 생산과 선적에 따른 금융 비용과 재고 위험을 떠안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상업용 보험이나 자산 담보를 허용하고 있지만, 원칙은 '현금 박치기'다.
이러한 고압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수요는 폭발적이다.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은 이미 200만 개 이상의 H200 칩을 주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개당 가격이 약 2만 7천 달러(약 3,7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화웨이의 '어센드 910C' 등 국산 대체재가 여전히 엔비디아의 성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H200 재고는 70만 개 수준에 불과해 공급이 수요를 턱없이 밑도는 실정이다.
그러나 변수는 중국 정부의 '계산기'다.
베이징 당국은 자국 기업들에게 H200 주문을 잠정 보류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히 수입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엔비디아 칩을 하나 수입할 때마다 국산(중국산) 칩을 의무적으로 몇 개나 구매하게 할지, 일종의 '쿼터제(할당제)' 비율을 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25%의 수수료를 떼는 조건으로 수출 빗장을 풀자, 중국은 자국 반도체 생태계 보호를 위해 '끼워팔기' 규제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엔비디아로서도 이번 조치는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 조치로 인해 중국 맞춤형 칩이었던 'H20' 재고 55억 달러어치를 손실 처리하며 뼈아픈 경험을 했다.
비록 미국이 다시 수출을 허용했지만, 이번엔 중국 정부가 H20 수입을 금지하는 등 정책 변동성이 극심하다.
결국 H200의 전액 선납 요구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비용은 고객이 부담하라"는 냉정한 계산이 깔려 있다.
젠슨 황 CEO는 "중국 내 수요는 매우 강력하며 공급망을 풀가동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시장의 시선은 불안하다.
엔비디아는 TSMC에 H200 증산을 요청하며 내년 2분기부터 추가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나, 차세대 칩인 '블랙웰' 및 '루빈'으로의 전환과 구글 등 경쟁사들과의 파운드리 확보 경쟁이 겹쳐 있어 공급 난항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