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사들의 단독주택 매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인플레이션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칼을 빼 든 것이다.
이 소식에 블랙스톤을 비롯한 주요 부동산 투자 회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뉴욕 증시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행정부는 즉각적으로 월가 기업들의 단독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며 "의회에도 이를 법제화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은 집에 사는 것이지, 기업 속에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직관적인 슬로건을 앞세우며, "기업들의 무분별한 매입이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내 집 마련'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미국 최대 주택 임대 리츠인 '아메리칸 홈즈 4 렌트(AMH)'는 장중 변동성 완화 장치(VI)가 발동될 정도로 투매가 쏟아지며 4% 넘게 급락 마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 역시 5.6% 하락하며 최근 한 달 새 최저치로 주저앉았고, 필라델피아 주택지수(HGX)도 2.6% 밀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이후 주택 가격이 75%나 폭등하며 유권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기업(월가)을 희생양 삼아서라도 서민층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그동안 기업의 주택 소유를 비판해 온 민주당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집값 잡기' 앞에서는 여야의 경계가 무너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월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주택 공급 부족"이라며 "기업 투자를 막으면 오히려 임대 주택 공급이 줄어 월세가 폭등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단순 엄포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주택 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과 의회 입법 과정에서의 진통이 예상되어 실제 시행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