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6에서 열린 '삼성 기술 포럼(Samsung Tech Forum)'. 왼쪽부터 파비오 노벰브레(Fabio Novembre), 카림 라시드(Karim Rashid), 마우로 포르치니(Mauro Porcini), 데비 밀먼(Debbie Millman).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인간 중심(Human Centered) 디자인'을 선언했다.

기술의 고도화가 정점에 다다른 지금, 스펙 경쟁을 넘어 사용자의 삶에 감성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따뜻한 기술'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윈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삼성 기술 포럼(Samsung Tech Forum)'을 열고 가전 연결성, TV 서비스, 보안, 디자인 등 4개 분야의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포럼의 하이라이트였던 마지막 날 디자인 세션에는 삼성전자 최고디자인책임자(CDO)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을 필두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파비오 노벰브레 등이 무대에 올라 '기술의 인간적인 면모'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자인 데비 밀먼은 "지난 20년간 IT 기기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이 지배해 왔지만, 이제는 사용성을 넘어 정체성을 반영해야 할 시점"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이에 대해 패널들은 기술 평준화 시대의 차별화 포인트는 결국 '사람'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파비오 노벰브레는 "디자인은 기술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이라며 기술에 내재된 인간적 가치를 강조했다.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의 디자인 철학을 '형태와 기능은 의미를 따른다(Form and function follow meaning)'는 문장으로 요약했다.

이는 현대 디자인의 오랜 격언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를 재해석한 것으로, 단순한 기능 구현을 넘어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과 의미를 줄 것인가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선언이다.

그는 "사람 중심의 접근은 당위성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한 경제적 필수 요소"라며 "삼성전자의 목표는 기술을 도구로 삼아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날 토론에서는 AI를 바라보는 삼성의 독창적인 시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포르치니 사장은 AI의 역할을 정의하며 'AI X (EI + HI)'라는 새로운 공식을 제시했다.

여기서 EI는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HI는 인간의 상상력(Human Imagination)을 뜻한다.

즉,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의 감성과 상상력을 증폭시켜주는 강력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림 라시드 역시 "디자인은 기술과 사람 사이의 가교"라며 "AI 시대의 디자인은 기술을 통해 '나다움'을 표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앞서 5일 진행된 세션에서는 연결성과 보안이 화두였다.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 의장사인 삼성전자는 에너지, 안전 등 이종 산업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개별 기기로는 불가능한 차별화된 홈 AI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보안 세션에서는 앨리 K. 밀러 등 AI 전문가들이 참여해 "AI 시대의 신뢰는 투명하고 이해 가능한 작동 방식에서 온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TV 서비스 세션에서는 '삼성 TV 플러스'를 통한 스트리밍 경험의 재정의가 논의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포럼을 두고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 사용자 경험(UX)과 가치를 파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