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신규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한다.

독일·이탈리아 등 주요 회원국과 유럽 자동차업계의 거센 반발 속에 금지 시점을 늦추거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7일(현지시간) 2035년부터 EU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를 '탄소 무배출(CO₂ zero)' 차량으로 제한하도록 한 2023년 법안의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에서는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최대 5년 연기하거나 사실상 무기한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정이 현실화될 경우, 최근 5년간 추진돼 온 EU 친환경 정책 가운데 가장 큰 후퇴로 평가된다.

자동차 업계의 입장은 엇갈린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 수요 부진, 비용 부담을 이유로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반면, 전기차(EV) 제조사들은 규제 후퇴가 중국에 기술·시장 주도권을 더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U의 2035년 규제는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테슬라와 BYD, 지리자동차 등 중국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가격 부담과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소비자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도 정책 수정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

EU는 이미 올해 3월, 완성차 업체들이 2025년 배출 규제를 3년에 걸쳐 분산 이행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준 바 있다.

업계는 여기에 더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바이오연료·e-퓨얼 등 '탄소중립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공급이 제한적이고 진정한 탄소중립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교통환경단체 T&E의 윌리엄 토츠 사무총장은 "유럽은 전기차 전환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며 "미래는 명확히 전기차"라고 강조했다.

한편, EU 집행위는 이와 함께 기업 차량(법인차) 비중이 전체 신차 판매의 약 6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법인차 전기차 전환 확대 방안과, 소형 전기차에 세제 혜택과 추가 탄소배출 크레딧을 부여하는 새 규제 카테고리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