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중국 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해 고성능 AI 칩 'H200'의 생산 능력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최근 H200의 대중(對中) 수출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중국 빅테크들의 주문이 몰린 데 따른 조치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중국 고객사들에게 H200 AI 칩의 생산 확대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주문 물량이 기존 생산 능력을 초과하고 있기 때문인데, 로이터는 "중국 기업들의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강해 엔비디아가 증산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엔비디아의 H200 프로세서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허용하되, 판매액의 25%를 수수료로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본격화됐다.
H200은 엔비디아의 AI 칩 가운데 두 번째로 성능이 높은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중국 내 허가된 고객을 대상으로 한 H200 공급이 미국 고객에 대한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중국 주요 기술 기업들은 이번 주 들어 엔비디아에 H200 구매 의사를 전달했으며, 대규모 주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중국 정부가 아직 H200의 구매 및 반입을 공식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열었으며, H200의 중국 반입 허용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H200은 생산 물량이 매우 제한적인 상태로,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인 '블랙웰(Blackwell)'과 향후 출시될 '루빈(Rubin)' 라인업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H200은 지난해부터 본격 양산·배치되기 시작한 엔비디아의 '호퍼(Hopper)' 세대 최고 성능 AI 칩으로, 대만 TSMC의 4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TSMC는 특정 고객사에 대한 생산 물량 배정과 관련해 언급을 피하며, 전반적인 AI 수요 급증 속에서의 생산 계획 원칙만을 재확인했다.
중국 기업들이 H200에 강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현재 접근 가능한 AI 칩 가운데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기 때문이다.
H200은 2023년 말 중국 시장을 겨냥해 성능을 낮춰 출시된 'H20' 대비 약 6배 높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H200 수출 허용 결정은 중국이 자국 AI 반도체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시점과 맞물린다.
중국 내 반도체 업체들이 아직 H200과 견줄 만한 성능의 제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고성능 해외 칩의 유입이 자국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는 H200 구매 시 일정 비율의 중국산 AI 칩을 함께 도입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외 고성능 칩 도입과 동시에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려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로서도 증산은 쉽지 않은 과제다. 차세대 제품 전환과 동시에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TSMC의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을 놓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 수요가 얼마나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엔비디아의 생산 전략과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