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연합(EU)의 새로운 디지털 규제 폭풍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통신업계가 빅테크에 대한 고강도 규제와 망 투자 분담을 강력히 요구해왔으나,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강제 조항'이 아닌 '자율 협력' 형태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실상 빅테크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0일 발표 예정인 '디지털 네트워크법(DNA)' 개편안에서 알파벳(구글), 메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계 빅테크 기업들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를 부과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통신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엄격한 규제와 달리, 빅테크 기업들은 자발적인 프레임워크의 적용만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EU의 잇따른 기술 규제가 미국 기업들을 표적 삼고 있다는 미국의 비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당초 유럽 통신사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빅테크들이 인프라 투자 비용을 분담하거나 엄격한 망 관련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소식통은 "빅테크 기업들에게 새로운 의무는 없으며, EU 전자통신규제기관(BEREC)의 중재 하에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논의하는 '모범 사례(Best practices)' 체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 담당 집행위원이 주도하는 이번 '디지털 네트워크법(DNA)'은 유럽의 통신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주파수 경매와 관련된 권한 강화다. 집행위는 주파수 라이선스 기간, 판매 조건, 그리고 각국 정부의 수입원이 되는 경매 가격 책정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는 27개 회원국 간 주파수 할당을 조율하고 통신사들의 규제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나, 일각에서는 각국 규제 당국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권한 뺏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이번 개편안에는 미국과 중국을 추격하기 위한 광섬유 인프라 구축 가속화 방안도 담겼다.

다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회원국들이 준비 부족을 입증할 경우, 기존 구리 네트워크를 광섬유로 대체하는 시한인 2030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했다.

비르쿠넨 위원은 오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한 뒤, 향후 몇 달간 EU 회원국 및 유럽의회와 치열한 세부 조율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법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일단 빅테크 기업들은 규제 리스크라는 큰 파고를 넘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