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루피화가 23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최근 미국의 비자 수수료 인상 조치가 인도 IT 업계의 수익성을 위협하면서 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된 가운데, 이미 부과된 50%의 대미(對美) 고관세가 겹치며 루피 약세 압력이 심화됐다.
이날 뭄바이 외환시장에서 루피화는 달러당 88.62루피까지 하락하며 종전 기록(88.4550루피)을 넘어섰다.
올 들어 루피화는 주요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H-1B 비자 수수료 인상은 인도 IT 기업들의 미국 내 인력 배치 비용을 높여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전망이다.
이는 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 현지 파견 인력이 줄면 인도 송금액 감소로 이어져 달러 유입이 줄어드는 부정적 효과도 우려된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루피화 급락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국영은행을 통해 달러를 매도하며 시장에 개입했지만, 특정 환율 수준을 방어하기보다는 '질서 있는 절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루피 약세는 구조적으로 대외 여건 악화와 맞물려 있다.
미국의 고관세로 인도 수출 전망이 위축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서만 인도 증시에서 150억 달러 이상을 회수했다.
달러 지수가 최근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루피화는 반등하지 못하고 오히려 추가 약세를 기록한 셈이다.
RBI는 물가 상승률이 2026~2027 회계연도에 4~4.5% 수준에서 관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점진적 루피 약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통화 가치 하락이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