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가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스마트폰의 핵심 영업기밀인 '소스코드'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인도 정부는 사이버 보안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지적재산권 침해이자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향후 거센 진통이 예상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도 전자정보기술부(MeitY)는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가 정부에 소스코드를 공유하고, 지정된 인도 연구소에서 이를 분석 및 테스트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 보안 보증 요구사항'을 제안했다.
이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추진 중인 디지털 보안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총 83개에 달하는 고강도 보안 표준이 포함됐다.
인도 정부는 7억 5000만 대에 달하는 스마트폰이 보급된 자국 내에서 급증하는 온라인 사기와 데이터 유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애플, 구글, 샤오미 등 주요 제조사들은 "글로벌 시장 어디에도 없는 과도한 규제"라며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소스코드는 소프트웨어의 작동 원리가 담긴 핵심 기밀로, 기업의 경쟁력 그 자체다. 제조사들을 대변하는 인도 정보기술제조업협회(MAIT)는 비공개 문건을 통해 "비밀 유지와 프라이버시 문제로 인해 소스코드 제공은 불가능하다"며 "미국, EU 등 주요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요구"라고 못 박았다
. 실제로 애플은 지난 2014~2016년 중국 정부의 소스코드 공개 요구를 거부한 바 있으며, 미 수사당국의 요청에도 불응할 만큼 보안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이번 규제안에는 소스코드 공개 외에도 제조사들의 손발을 묶는 독소 조항들이 다수 포함됐다.
인도 정부는 ▲사전 설치된 앱(Pre-installed apps) 삭제 허용 ▲백그라운드에서의 카메라·마이크 사용 차단 ▲주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전 정부 사전 고지 및 테스트 ▲12개월치 시스템 로그의 기기 내 저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기적인 멀웨어 스캔 의무화는 배터리 수명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며, 1년치 로그 저장은 기기 용량 한계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보안 패치를 배포할 때마다 정부 승인을 거칠 경우 신속한 대응이 생명인 보안 업데이트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샤오미(19%)에 이어 시장 2위 사업자로서 이번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5% 점유율의 애플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도 정부는 과거에도 보안을 이유로 CCTV 테스트 규정을 강화하거나 국영 사이버 보안 앱 설치를 강제하려다 철회하는 등 테크 기업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S. 크리슈난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차관은 "업계의 합당한 우려는 열린 마음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장 오는 화요일로 예정된 정부와 기업 간의 회의에서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가 법제화될 경우, 인도를 생산 거점이자 핵심 시장으로 삼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