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업체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 주정부들과의 배출가스 조작 관련 민사 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 1억 20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벤츠는 미국 내 '디젤게이트' 관련 잔여 법적 분쟁을 사실상 모두 정리하게 됐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22일(현지시간) 자사 디젤 차량에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혐의와 관련해, 미국 내 여러 주정부에 총 1억 2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합의로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디젤게이트 관련 절차가 모두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과거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진보한 디젤이라고 홍보했던 블루텍(BlueTEC) 디젤 차량과 관련해 제기된 환경법 및 소비자보호법 위반 민사 소송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벤츠는 미국 주 검찰들과의 협의를 통해 손해배상 및 시정 조치에 합의했다.
합의 조건에는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도록 승인된 소프트웨어로 기존 차량을 개조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시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수천만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합의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대변인은 "전체 합의 비용에 대해 충분한 충당금을 이미 설정해 둔 상태"라며 "이번 조치로 인한 추가적인 손익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메르세데스-벤츠의 합의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배출가스와 연비, 소프트웨어 관련 문제가 단순한 기술 논란을 넘어 수년간 이어지는 대규모 법적·재무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차량 소프트웨어가 규제 대응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알고리즘 설계와 검증 과정의 투명성이 기업 신뢰도와 직결되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과도기적으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병행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배출가스 관리와 인증 체계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벤츠의 대응 방식은 사후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합의금을 포함한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차량 개조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장기 소송 리스크를 조기에 정리한 전략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환경·소비자 분쟁을 재무 리스크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해외 시장에서의 환경 규제 강화와 집단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 단계부터 규제 대응과 법적 검증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 중장기적인 신뢰 관리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메르세데스-벤츠 사례는 국내 업계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