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손질해 자본시장 전반의 체질을 끌어올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코스피 4000시대를 향한 상승 흐름을 코스닥까지 확장해, 혁신기업의 성장 무대이자 신뢰받는 투자시장으로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도 개편이 본격화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회와 함께 단기적인 충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상장과 퇴출, 투자자 구성, 정보 공시 전반을 손질해 코스닥을 '투기적 시장'에서 '성장 투자 시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코스닥은 상장기업 수와 시가총액 등 외형은 확대됐지만, IT버블 붕괴 이후 훼손된 시장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부실기업 퇴출 지연과 기관투자자의 투자 기피가 겹치며 코스닥 지수는 출범 당시 기준선인 1000포인트를 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금융위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코스닥 본부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장·상장폐지 제도를 전면 재설계한다.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전문성 요건을 강화하고, 한국거래소 내에서도 코스닥 본부를 별도로 평가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조직과 인력에 대한 전면 진단을 통해 상장 심사와 상장폐지 심사의 속도와 전문성도 높인다.

상장 제도는 혁신기업 중심으로 문턱을 낮춘다.

기존 바이오 산업에 한정됐던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AI, 우주, 에너지 등 국가 핵심 기술 분야로 확대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의 상장을 지원한다.

반면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주력 사업을 변경하거나 부실 징후가 뚜렷할 경우에는 보다 엄정하게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변화는 투자자에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상장 후 실적 부진과 사업 변경으로 반복돼 온 신뢰 훼손 문제가 완화되고, '좀비기업' 정리가 본격화되면 코스닥 시장의 질적 개선과 프리미엄 회복이 기대된다.

기관투자자 유입 확대 역시 코스닥 투자 환경을 바꾸는 변수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세제 혜택 확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연기금 평가 기준 개선 등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시장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급등락 장세가 줄어드는 대신, 보다 안정적인 수급 구조 속에서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IPO 시장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주관사의 책임이 강화되고,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 간 괴리율이 공개되면 상장 직후 급락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

정보 비대칭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에게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단기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요건이 단계적으로 상향되면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형 코스닥 기업은 대거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테마성 기대감으로 유지되던 종목은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고, 단기 매매에 익숙한 투자자일수록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기술특례 상장 확대 역시 양날의 검이다. 제도가 정교해지더라도 미래 기술의 가치 평가는 불확실성이 크다.

초기 기대감에 따른 고평가 종목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기술력과 사업 지속성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기관 중심 시장으로의 전환 역시 개인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장 안정성은 높아지겠지만, 정보력과 분석력이 열세인 개인투자자의 단기 수익 기회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업 리서치와 가치평가가 강화될수록 테마주 중심의 투자 전략은 설 자리가 좁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을 코스닥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단기 이슈와 기대감 중심의 매매에서 벗어나 재무 구조, 기술 경쟁력, 상장 유지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지는 중장기 투자 환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제도가 안착할 경우 코스닥은 다시 한 번 혁신기업의 성장 무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기준과 눈높이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