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해 '전면 봉쇄'를 명령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최대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정조준한 초강경 조치로, 국제유가는 즉각 1% 넘게 상승했다.
다만 실제 집행 방식과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출입하는 모든 제재 대상 원유 운반선에 대해 전면 봉쇄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조치로, 베네수엘라 경제의 핵심인 석유 수출을 직접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자산 절도, 테러리즘, 마약 밀매, 인신매매 등 여러 이유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며 "이에 따라 오늘부로 베네수엘라로 드나드는 모든 제재 유조선에 대해 완전하고 전면적인 봉쇄를 명령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가 해당 봉쇄를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 행정부는 최근 수천 명의 병력과 항공모함을 포함한 군함 수 척을 중남미 인근 해역에 배치했으며, 지난주에는 미 해안경비대를 동원해 제재 대상 유조선을 나포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기괴하고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마두로 대통령 역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 자원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번 조치가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17일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59.62달러로 전일 대비 1.2% 올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3% 상승한 56.0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WTI는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인 55.27달러에 마감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조치는 한국 정유·화학업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국내 직접 수입 비중은 낮지만, 중질유 공급 축소는 국제 원유 수급과 정제마진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특히 중남미산 중질유는 아시아 정유사들이 고도화 설비를 통해 처리해온 주요 원료 중 하나로,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 원유 확보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 자체보다 원유 수급 구조 변화와 제품 스프레드 변동에 더 주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공급 감소가 현실화될 경우 중질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복합정제설비를 갖춘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글로벌 유가 반등은 재고평가이익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원유보다 나프타 가격과의 연동성이 더 크다.
유가 상승이 나프타 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이미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익성 압박은 한층 커질 수 있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로 제품 가격 전가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원가 상승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곧바로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제 원유 시장은 비교적 공급 여력이 충분하고, 중국 연안에는 대기 중인 원유 물량도 상당해 단기 충격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유·화학업계 역시 당분간은 유가 변동성 확대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