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Pablo Hernández de Cos) 국제결제은행(BIS) 신임 총재가 공공부채 급증에 맞물려 비은행금융기관인 헤지펀드의 높은 레버리지(차입투자)가 국채시장과 금융안정에 새로운 위협을 준다며 규제 강화를 정책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 코스 총재는 이날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연설에서 고령화·국방비 증가 등으로 선진국의 부채비율이 추가로 악화될 상황에서 헤지펀드 등 NBFI의 과도한 레버리지가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채권과 채권선물 간의 미세한 가격차를 노리는 상대가치(relative value) 전략, 예컨대 현물-선물(캐시-퓨처스) 베이시스 트레이드와 같은 레버리지성 거래가 문제의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략들은 미국 등 주요국에서 급증했으며, 2021년 미국 국채선물 거래에서 마진콜이 촉발하면서 세계 최대 국채시장에 혼란을 불러온 바 있다고 그는 상기시켰다.
또한 데 코스 총재는 "헤지펀드가 달러화로 체결하는 양자 간 리포(양자 리포) 거래의 약 70%, 유로화 리포의 약 50%가 '제로 헤어컷(무할인)'으로 제공되어 채권을 담보로 한 레버리지를 사실상 제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채권을 담보로 한 대출에서 채권 가치에 대한 할인(헤어컷)이 거의 적용되지 않아 채무자의 레버리지를 억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는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신중히 선별된 도구들의 조합'을 권고하면서도, 특히 두 가지 조치를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았다.
하나는 중앙청산(Central clearing)의 보다 폭넓은 활용을 통해 거래 상대방 위험을 평준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헤지펀드가 담보로 제공하는 국채에 대해 목표지향적(타깃형)으로 최소 헤어컷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 코스 총재는 "기록적인 공공부채의 중개(intermediation)를 비은행금융기관이 담당하게 되면서 새로운 금융안정 과제들이 커졌다"며, "헤어컷 적용은 목표지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급격한 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 간 스와프라인(swap lines)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데 코스 총재는 "물가를 통제하는 것이 채무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며, 신뢰할 수 있는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별도로 "(선진국의) 부채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재정긴축이 없을 경우 2050년경 약 170%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데 코스 총재가 지난 7월에 BIS 총재직을 맡은 이후 나온 것으로, 국채시장 내 비은행 주체의 영향력 확대와 공공부채 증가가 결합될 경우 전통적 금융안정 장치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