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로 유지하며 7·8·10월에 이어 네 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최근 환율이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는 등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주택·가계대출 안정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동결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아졌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며 경기·물가·금융환경을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는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해외증권투자 확대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의 영향으로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인 1,4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했다.
이런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달러 금리 차가 벌어져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강해지고, 이는 곧바로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의 환율 비상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금리를 내려 원화 절하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가 금융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시장에서는 금리 격차가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질 경우 고수익을 좇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한은이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가계부채 상황도 동결 결정에 힘을 보탰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15 대책 등 가계대출·수도권 집값 안정 정책의 효과가 시장에서 실제로 나타나는지를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대감은 여전히 높아, 한은으로서는 성급한 금리 인하를 통해 다시 불씨를 키우는 것은 부담이다.
여기에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민간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부양 목적의 금리 인하 압박도 연초보다 낮아졌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은 기존 0.9%에서 1.0%로, 내년은 1.6%에서 1.8%로 상향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국제유가 둔화 등을 반영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환율·내수 요인으로 기존 전망보다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한은은 "정책 여건 변화와 성장·물가·금융안정 흐름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인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히며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동결을 환율 안정·집값·가계부채·인플레이션·성장률 전망까지 맞물린 종합적 판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리 인하가 언제 현실화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한은의 '조심스러운 완화' 기조는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