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본지 회장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 순위 최하위권에 머무른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48.6%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0.5% 미만으로 사실상 존재감을 상실한 수준에 머물렀다.

한때 '폴더블폰의 원조'라 불리며 기술 리더십을 자랑하던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이처럼 철저히 외면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시장 실패 그 이상의 신호가 여기에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을 개척한 선도자다. 하지만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브랜드들은 얇고 가벼운 디자인, 긴 배터리 수명, 로컬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UI 등으로 빠르게 추격했고, 이제는 추격을 넘어섰다.

특히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하모니OS와 독자적인 칩셋으로 기술 자립에 성공하며, 중국 내 애국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복적인 디자인, 높은 가격, 그리고 중국 현지화에 미흡한 소프트웨어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기술력' 하나로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단독 제품이 아닌 '플랫폼의 중심'이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워치, 태블릿, TV, 심지어 전자결제와 스마트홈까지 연계한 완결된 생태계를 구축하며 사용자 락인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갤럭시 생태계를 완전히 정착시키지 못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체 앱과 서비스가 거의 쓰이지 않으며, 이는 브랜드 충성도를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향후 삼성전자의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제품만 현지화할 것이 아니라, 마케팅, 사용자경험, 사후 서비스까지 전방위적으로 현지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팔러 오는 기업’이 아니라, 중국 소비자와 소통하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

'대중형 폴더블'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하다. 현재 삼성전자 폴더블폰은 프리미엄에 집중돼 있는데, 가격, 크기, 기능 면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해야 한다.

또한 폴더블이라는 하드웨어적 '형태의 혁신'에 더해, 소프트웨어와 AI 강화를 통한 '경험의 혁신'으로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리빌딩을 위한 별도 법인 전략이나, 파트너십 기반 공동 개발 모델을 추진하는 등 중국 전략의 리셋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이 시장 성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IDC 보고서는 "삼성은 제품을 잘 만들었지만, 시장을 잘 읽지 못했다"는 날카로운 경고장을 던진 셈이다.

앞으로 삼성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하드웨어의 진화가 아니다. 진짜 혁신은 이제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에서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그 기술이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사랑받는 것이 되기 위해선, 기술을 넘어 '문화'와 '감성'의 영역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