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흐리는 이른바 '다크패턴(dark pattern)'을 규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금융상품 거래 조건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거나 침해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상품 온라인 판매에 특화한 다크패턴 금지행위를 4개 범주, 15개 세부 유형으로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의 전산 시스템 개선과 내부 규정 정비 등을 고려해 약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신설 가이드라인인 점을 감안해 금융권의 자율적 준수를 유도하는 한편,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다크패턴은 제한된 온라인 화면 환경에서 사업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온라인 눈속임 상술'을 뜻한다.

전자상거래와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복잡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소비자가 필요 없는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는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각국 정부는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법 개정 등을 통해 다크패턴 규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금융당국도 기존 법률과는 별도로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 적용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판매업자와 자문업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핀테크 기업 등 금소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다.

다크패턴은 행위의 작동 방식과 소비자 피해 양상에 따라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 편취유도형 등 4개 범주로 나뉘며, 총 15개 유형이 금지된다.

오도형은 거짓 정보 제공이나 화면 구성의 왜곡 등을 통해 소비자의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는 행위다.

설명 절차를 과도하게 축약해 중요한 정보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거나, 이중 질문이나 교묘한 표현으로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특정 선택지를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강조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옵션을 미리 선택해 둔 상태로 제공하는 행위, 근거 없는 허위·과장 광고 역시 오도형으로 분류된다.

방해형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정보 탐색에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게 만들어 선택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다.

가입은 쉽게 하면서 취소·해지 절차는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진입 경로를 숨기는 행위, 중요 정보를 은폐하거나 축소해 알기 어렵게 만드는 행위, 가격 비교를 제한하는 행위, 지나치게 많은 클릭을 요구해 소비자 피로감을 유발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압박형은 심리적 부담을 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거래 목적과 무관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습적으로 노출하거나,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시각·청각적 요소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행위, 다른 소비자의 구매·이용 현황을 과도하게 강조해 결정을 재촉하는 방식도 금지 대상이다.

편취유도형은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인터페이스 조작을 통해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을 유도하는 경우다.

검색 결과 첫 화면에서는 최저 이율이나 최대 혜택만을 강조하고, 계약 단계가 진행될수록 추가 비용을 순차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의 가격 제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온라인 금융상품 판매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소비자 권익 침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다크패턴을 명확히 규정해 예방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