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OECD 과학기술통계, 글로벌 컨설팅 그룹(맥킨지 등) 보고서 및 CS Ranking 등을 토대로 본지 종합 분석
인공지능(AI) 경쟁력 논쟁은 늘 기술과 투자 규모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은 다르다. GPU와 데이터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AI 인재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국은 AI를 못하는 나라가 아니라, 핵심 인재를 축적하지 못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대학과 연구소에서 길러진 인재들은 해외로 향하고, 기업들은 인재 부족을 호소한다. 이에 한국 AI 산업의 성패를 가를 'AI 인재'의 현주소와 해법을 짚는다. - 편집자 주 -
한국 AI 인재들이 이직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돈 때문이 아니라, 자율적인 연구 환경과 글로벌 수준의 인프라 접근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명확하다. '인재 쇄국주의'를 버리고, 이들이 언제든 돌아와 착륙할 수 있는 '글로벌 활주로'를 건설해야 한다.
AI는 국경이 없는 경쟁이다. 인재를 '소유'하려는 낡은 패러다임을 '순환과 공유'로 전환하는 것이 한국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최후의 과제다.
# 'AI 실력 비자' 도입으로 해외 인재 유치 난이도를 낮춰라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인재 유출뿐 아니라, 글로벌 인재 유입에 대한 극심한 장벽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및 인도 등 수학, 코딩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을 막는 비자 및 이민 정책은 즉시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전문 인력 비자(E-7)는 학력, 경력, 연봉 등 까다로운 정량적 기준을 요구하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는 즉시 'AI 실력 기반 비자(가칭)'를 도입해, 학력과 국적을 떠나 오직 코딩 테스트와 포트폴리오만으로 전문가 자격을 심사해야 한다.
이는 해외 인재 유치 난이도 지수를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다.
#인재 유턴 성공률 제고…'실패해도 괜찮은 활주로' 구축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AI 인재가 한국으로 돌아오더라도, 상당수가 3년 이내에 재이직하거나 다시 해외로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국내 복귀 후에도 관료주의적 문화와 경직된 인사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 국내 복귀 AI 인력의 3년 내 재이탈률은 40%에 달한다.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인재 유턴 성공률'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파트타임 고문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복귀 인재에게 국내 기업의 '원격 R&D 고문직'을 부여해, 한국 조직 문화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핵심 기술과 글로벌 트렌드를 전수받는 통로를 공식화해야 한다.
'실패 용인 프로젝트' 수행 제도의 도입도 요구된다.
복귀 인력이 국내 조직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초기 1년간은 '단기 성과'가 아닌 '탐색적 연구 및 실험'에만 집중하는 자율 보장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 민간 주도 R&D 투자 및 '글로벌 커넥터' 육성
정부 주도의 대형 R&D 펀드 대신, 민간 벤처 캐피탈(VC)이 주도하는 '딥테크 전문 펀드'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시장의 논리로 혁신적인 연구에 자본이 흘러가도록 유도한다.
또한 CEO의 낮은 AI 이해도를 극복하기 위해,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기술 최고 책임자(CTO)급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글로벌 커넥터(Global Connector)'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몬트리올, 런던 등 해외 AI 거점에 한국 기업의 R&D 전진 기지를 구축하고, 현지 인재를 직접 채용하며, 한국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AI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AI 강국의 꿈은 결국 '사람과 환경'에 달려 있고 입을 모은다.
닫힌 규제를 열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며, 인재를 국경 없이 순환시키는 '브레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천재들의 탈출'을 멈추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