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7개월 연속 동결했다.
경기 둔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성장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통화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내 금융시장에는 단기적 안정과 중장기적 부담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22일 1년물 대출우대금리를 3.00%,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LPR을 3.50%로 각각 유지했다.
이번 금리 동결은 중국 당국이 급격한 경기 부양보다는 정책 여력을 관리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인민은행이 강조해온 '크로스 사이클' 정책 기조와 은행권의 낮은 순이자마진 역시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와 중장기로 나뉜다.
우선 외환시장에서는 중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에 즉각적인 변동성을 키우는 재료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위안화가 급격히 약세로 기울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원화 역시 동조 압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중국 경기 둔화 신호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재부각되며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중국의 금리 동결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제약을 주지는 않지만, 글로벌 금리 환경의 '완만한 고금리 유지' 흐름을 재확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이 금리를 더 내리지 않으면서 아시아 전반의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릴 경우, 국내 국채 금리 역시 단기적으로는 하방 경직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폭을 둘러싼 시장 기대가 다소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시는 보다 복합적인 반응이 예상된다.
중국의 급격한 경기 부양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단기 모멘텀 측면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중국 내수 회복 기대가 제한될 경우,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화학·철강 업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정책 급변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 완화 요인으로 평가될 수 있어, 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앞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내년에도 '적극적 재정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자극해 성장률을 방어하겠다는 구상으로, 시장에서는 내년도 성장 목표가 약 5%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통화 정책보다는 재정 정책이 중국 경기 대응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중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11월 들어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세가 둔화됐고, 부동산 침체가 소비와 기업 심리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신규 은행 대출 역시 가계 대출 부진의 영향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통화 완화 시점이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내년 1분기 정책금리 10bp 인하와 지급준비율(RRR) 50bp 인하 가능성을, 노무라는 내년 2분기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를 각각 전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중국의 금리 동결은 국내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중국 경기 둔화가 길어질 경우 중장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과 국내 금리, 증시는 중국의 추가 정책 신호와 함께 미국 통화정책, 글로벌 경기 흐름을 동시에 저울질하는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