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기 본지 회장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무주택 가구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숫자가 말해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서울 30대에게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사실상 닿기 어려운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 주택소유통계와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30대 무주택 가구는 52만7,729가구로 집계됐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6년 연속 증가라는 흐름도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증가 폭(1만7,215가구)은 사상 가장 컸다.
반면 30대 유주택 가구는 18만3,456가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30대 가구주 4명 중 3명은 아직도 '남의 집'에 머물러 있으며, 주택 소유율은 25.8%까지 내려앉았다.
2015년 33.3%였던 소유율이 불과 몇 년 만에 25%대로 추락한 것은 청년층의 기본적 경제적 목표라 할 수 있는 '내 집 마련'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무주택 가구가 유주택 가구의 2.9배에 달하는 격차 또한 주거 불안이 더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30대는 경제적으로 자리 잡고 자산 축적을 시작해야 할 중요한 시기지만,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폭등한 집값, 부족한 공급, 그리고 상충된 대출 규제라는 삼중 압박이다.
특히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은 정부의 주거 안정 정책이 의도와 달리 청년층의 시장 진입을 막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강력한 대출 규제는 초기 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에게 사실상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 결국 시장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일부 계층 중심으로 재편됐다.
"대출 규제는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게 한다"는 청년들의 자조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정책 효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물론 취업·혼인 시기 지연, 1인 가구 증가 같은 사회 변화도 영향을 줬지만, 핵심 원인은 서울 중심의 집값 상승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청년의 주택 구매 경로를 제한한 정책적 미비에 있다.
전국 30대 주택 소유율이 36.0%인데 비해 서울은 10%p 이상 낮다는 사실은 수도권 집중이 청년 세대의 주거권을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청년층은 내 집 마련을 미래 자산 형성과 주거 안정의 필수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으며(83.2%),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도 '주택 구입자금 지원'을 꼽고 있다.
이는 공공임대 확대나 전세 지원만으로는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규제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청년층이 합리적 금융 지원을 통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이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무주택 30대 통계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청년 세대가 국가 정책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 신호다.
이들의 좌절을 방치하는 것은 미래 성장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선택과 다르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