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고객 몰래 1662개 계좌 개설…수정테이프까지 동원해 서류 위조

조대형 기자 승인 2023.10.12 18:50 의견 0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을 활용해 1662개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56개 영업점 114명 직원들은 2021년 8월 12일부터 2023년 7월 31일 1552명의 고객들에 대해 예금계좌와 연계해 다수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했다.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전자서명한 A증권사 증권계좌개설 신청서를 최종 처리 전에 사본을 출력해 B증권사의 계좌개설신청서로 활용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은행 직원들이 출력본에 기재된 증권사 이름과 증권계좌 종류 등을 수정테이프로 고쳐 다른 계좌 신청서로 재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력본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아 신청서 상의 증권사 이름, 증권계좌 종류, 계좌 명인인 정보가 실제 개설된 증권계좌 정보와 불일치하는 경우도 669건이나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직원들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과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에서 2021년 8월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 및 개인 실적에 확대 반영한 것이 사고의 배경이 됐다고 봤다.

이를 입증하듯 대구은행은 2022년 영업점 KPI의 증권계좌 개설 만점 기준을 고객당 1계좌에서 2계좌로 강화하는 한편, 개인 실적에도 ‘활동고객’과 ‘수신’ 지표에 중복 반영했는데, 부당 개설 계좌 1662건중 90.5%가 KPI 변경 시점인 2022년 중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봤다.

실제로, 대구은행은 2021년 8월 다수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를 신규로 시행하면서 관련 내규 등 별도 업무처리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전산통제도 미비했다. 고객이 전자서명한 서류를 전산오류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데도 출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으며, 이를 타 증권사 계좌개설신청서로도 이용 가능하도록 운영했다.

또한 예금거래 등 여타 금융거래와 달리 증권계좌 개설 시에만 담당 직원이 고객 휴대폰 정보를 변경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대구은행은 고객이 증권 거래 전용 핸드폰을 별도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변경 가능토록 했다고 주장했지만, 고객의 주요 연락처를 변경하는 대신 여타 번호를 추가해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대구은행의 사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4월 고객이 직접 기재하지 않은 인쇄 서류를 이용하거나 고객 휴대전화 번호를 임의로 변경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전 영업점에 유사 사례를 방지해달라는 공문만 발송했다.

이에 따라 이후 실시된 영업점 및 본점 자점감사에서 다수 직원이 사본서류를 이용한 사실과 신청서상 흠결을 적발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와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또한,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이를 지체없이 보고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 잇따른 지방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지방금융지주의 자회사 내부통제 통할 기능 전반에 대해 별도 점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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