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가속기인 'H200'의 중국 수출을 전격 승인했다.
철통 같았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에 유연성을 부여한 이번 조치는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실리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국 시장 판로가 막혀 고심하던 엔비디아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이날 연방 관보를 통해 엔비디아의 AI 칩 H200에 대한 중국 수출을 허가하는 새로운 규정을 공개했다.
H200은 현재 엔비디아의 라인업 중 두 번째로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주력 모델로, 이번 조치로 인해 중국으로의 선적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온 이례적인 유화 제스처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안보와 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수출 허가에는 까다로운 전제 조건들이 붙었다.
미 상무부는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3단계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선 수출되는 H200 칩은 선적 전 반드시 제3자 테스트 연구소를 거쳐 기술적 AI 역량을 검증받아야 한다.
칩의 성능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또한 엔비디아는 수출에 앞서 미국 내수 시장에 공급할 H200 물량이 충분하다는 점을 당국에 입증해야 한다.
이는 자국 내 AI 인프라 구축에 차질을 빚지 않으겠다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가 반영된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칩을 구매하는 중국 고객사 역시 까다로운 보안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중국 측 바이어는 칩 사용과 관련해 '충분한 보안 절차'를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최종 사용자가 중국 군부나 제재 대상 기업이 아님을 확인하는 절차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H200보다 성능을 대폭 낮춘 저사양 칩(H20)만을 중국에 판매해왔으나, 이번 규제 완화로 주력 제품의 판로가 다시 열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의 비즈니스 친화적 성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기술 통제 정책이 '무조건적 차단'에서 '관리 가능한 개방'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잃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며, 이번 H200 수출 허가는 이러한 업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타협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