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11월 소비자물가(CPI)의 반짝 상승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물가(PPI)가 3년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불균형 회복'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반등이 경기 회복의 신호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수요 부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하며 21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0.2%)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된 수치이자 시장 전망치와 일치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분석하면 이번 CPI 상승은 소비 전반의 압력이 강해졌다기보다는 식품 가격의 반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9%였던 식품 가격이 11월 들어 0.2%로 돌아서면서 전체 CPI를 끌어올린 것이다.

반면, 소비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품·에너지 제외)는 전년 대비 1.2%로 10월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이는 내수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며, 표면적인 물가 반등이 일시적인 '식탁 물가'의 착시 효과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구조적 문제는 생산자물가(PPI)에서 포착된다.

11월 PPI는 전년 대비 2.2% 하락하며 10월(-2.1%)보다 낙폭을 키웠고, 시장 예상치(-2.0%)도 하회했다.

중국 PPI의 하락세가 3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 부문의 수요가 여전히 충분히 살아나지 못하고 과잉 생산 압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플레이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의 이러한 불균형한 가격 흐름은 한국 경제에 상반된 복합 영향을 미친다.

중국 PPI 하락은 한국이 수입하는 중간재 및 원자재 가격을 낮춰 단기적으로 한국 제조업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국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 신호다.

중국 내 경기 모멘텀이 약한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가격 하락은 결국 '수요 부진의 신호'로 이어져 한국 수출 기업의 물량 감소와 마진 압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특히 PPI 디플레가 지속되면 중국 제조업의 마진이 줄어들어 한국산 중간재 수입 수요가 강하게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동시에 근원물가 정체와 서비스 활동 약화 흐름은 중국 가계 소비의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의 화장품, 식품, 가전 등 소비재 수출 증가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으며, 중국 관광객(유커) 회복 속도 역시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는 내년 경제 운용의 방점을 '내수 진작'과 '적극적 재정·통화 정책'에 두겠다고 재확인하며 정책의 키를 돌리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에게 현지 전략의 재정비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향후 중국의 산업·투자 정책이 외자 기업보다 내수·자국 산업 육성에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크므로, 배터리,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등 특정 산업에서는 보조금 및 규제 환경 변화로 인한 리스크 증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