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야 상원의원들이 중국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를 막기 위한 초당적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AI 칩 대중 판매 허용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의회가 직접 제동 장치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을 포함한 초당적 의원 그룹은 4일(현지시간) 중국의 엔비디아·AMD AI 칩 접근을 제한하는 기존 규제를 향후 2년 6개월(30개월) 동안 완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SAFE CHIPS 법안'을 공개했다.

이번 법안은 공화당 피트 리켓츠 상원의원과 민주당 크리스 쿤스 의원이 공동 발의했으며, 공화당 데이브 맥코믹, 민주당 잔 샤힌·앤디 김 의원이 공동 서명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지정 국가에 대해 현재 허용된 수준보다 더 정교한 미국산 AI 칩의 수출 허가를 30개월간 전면 불허해야 한다.

이후 규정을 변경할 경우 발효 한 달 전 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리켓츠 의원은 성명에서 "베이징이 최고 수준의 미국 AI 칩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국가안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H200 AI 칩의 대중 판매 허용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왔다.

미국 내 대표적 대중 강경파들은 중국이 해당 칩을 확보할 경우 AI 무기·군사 정보·감시 역량을 폭발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맞대응 차원에서 엔비디아 H20 칩 관련 규제를 도입했다가 즉시 완화하는 등 혼선 섞인 조치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 존 물레나르 하원의원 등 일부 트럼프 지지 성향 의원들조차 정부의 불명확한 규제 방향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AMD 역시 중국 시장 판매 확대를 원하고 있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고문 그렉 앨런은 "중국이 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이 '탈미(脫美)' 전략을 빠르고 편하게 실행할 기술을 우리가 판매할지 말지뿐"이라며 법안의 시급한 통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