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92곳의 2024년도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집단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모가 28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내부거래 비중은 12.3%로 최근 10년간 12%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21.7%로 상장사(7.4%)보다 세 배가량 높아 계열사 간 거래 구조가 더욱 밀집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시장 감시 기능을 높이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공개하고 있다"며 "대규모 집단의 거래 집중이 지속되는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5년 11.7%에서 지난해 12.3%로 소폭 상승했다.
최근 5년간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비상장사였다.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18.7%에서 21.7%로 뛰었다.
반면 국외 계열사와의 거래는 국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22.6%, 거래액은 무려 515조 원으로 국내 내부거래액의 약 1.8배 수준이었다. 총수가 있는 집단은 그 격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국내 내부거래 비중은 11.8%인데 반해 국외 계열사 거래는 25.3%로 두 배 이상 높았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집단은 △대방건설(32.9%) △중앙(28.3%) △포스코(27.5%) △BS(25.9%) △쿠팡(25.8%)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방건설·중앙·포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상위권을 지켰다.
내부거래 금액 기준으로는 산업 주도 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현대자동차(59.9조 원) △SK(52.8조 원) △삼성(33.7조 원) △포스코(25.1조 원) △HD현대(13.3조 원) 5개 집단의 내부거래만 184.8조 원으로 전체의 65.7%에 달했다.
단일 회사 기준으로는 총수일가 지분율 1% 이상·매출 10억 원 이상 270개 기업 중 내부거래 비중이 90% 이상인 회사가 15개에 달해 계열사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구조가 확인됐다.
총수 있는 집단 중 상위 10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한화·HD현대·GS·신세계·한진)의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10년간 평균 13% 수준으로 비슷했지만, 거래 금액은 193조 원으로 전체 내부거래의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그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HD현대로 10년 사이 7.0%포인트 증가했고, 이어 한화가 4.6%포인트 늘었다. 반면 LG(-7.3%p)와 롯데(-2.4%p)는 감소했다.
계열사 집중도 역시 SK, HD현대, 한화 순으로 높았다. SK에너지(24.4조 원)와 현대모비스(22.3조 원)는 개별회사 기준 내부거래액 20조 원을 넘겼다.
업종별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SI) 업종이 60%대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5년째 1~2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사업지원 서비스업, 건축·엔지니어링, 경영컨설팅·광고 등 전문서비스업, 창고·운송업 등이 뒤를 이었다.
SI 업종 내부거래가 많은 그룹은 오케이금융그룹, 네이버, 유진, 세아, 애경 등이었다.
내부거래 금액 기준으로는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43.8조 원)이 1위였다. 2020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로, 현대자동차·HL·현대백화점·한국앤컴퍼니·LG 등이 상위권을 이끌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도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2세 지분율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특히 총수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뚜렷하게 상승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1.3%로 전체 총수 있는 집단 평균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10대 그룹 소속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6.1%로 전체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업종별로는 펄프·종이, 조경·시설관리, SI, 금융업, 종합건설업 등에서 내부거래가 특히 많았다.
자금 내부거래(국내 계열사 간 차입)는 총 34.4조 원이었다. 특수관계인 대여는 넥슨(0.32조 원), 글로벌세아, 유진, 셀트리온, SM 순으로 규모가 컸다.
유가증권 내부거래는 206.8조 원으로 삼성(75.8조 원), 미래에셋, SK, 교보생명보험, 한화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담보 제공액은 19.5조 원으로 롯데와 신영·한화·SK·엠디엠이 많은 편이었다.
상표권 사용료 거래는 5년 연속 증가해 72개 집단에서 2.15조 원이 오갔다. LG·SK·한화·CJ·포스코·롯데·GS 등 7개 그룹이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특히 상표권 수취회사 113곳 중 36곳(지주사 34개 집단)은 지주회사였고, 이 중 CJ는 매출 대비 상표권 수취 비중이 무려 54.8%에 달했다.
상표권 거래가 사실상 지주사 수익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수 있는 집단의 상표권 유상거래 비율은 80.2%로 총수 없는 집단보다 높았고,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 회사가 수취한 사용료가 전체의 81.8%를 차지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내부거래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공개하고,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0대 그룹 중심의 거래 집중이 여전하고, SI와 자동차 제조업 등 일부 업종의 내부거래가 과도하게 높아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기업집단 스스로 내부거래 관행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