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이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 부문을 비롯해 소매업 등에서 고용이 줄고, 인공지능(AI) 도입과 비용 절감 기조에 따른 구조조정이 확산되면서 10월 실업률이 4.36%까지 상승한 것으로 민간 분석 결과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은 미국의 10월 실업률이 전달(4.35%)보다 소폭 상승한 4.36%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 노동부의 공식 고용지표는 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장기화로 발표가 지연되고 있어, 민간 기관들의 분석이 노동시장 동향을 대신하고 있다.
노동시장 데이터업체 리벨리오랩스(Revelio Labs)는 10월 한 달간 미국 전체에서 9,1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정했다.
특히 정부 부문에서 2만2,200명, 소매업 부문에서 8,500명의 감원이 발생한 반면, 교육·보건 분야는 2만2,000명가량의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조사기관 챌린저·그레이앤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는 같은 기간 미국 기업들의 감원 계획이 전월 대비 183% 급증한 15만3,074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3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챌린저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과도한 인력 확충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AI 도입 확대와 기업 비용 절감이 감원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술기업들이 감원 증가세를 주도했다. 10월 한 달 동안 기술업계에서만 3만3,281건의 감원이 예고됐다. 이는 9월(5,639건)의 6배 수준이다.
일례로, 아마존은 지난주 글로벌 본사 인력 1만4,000명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감원 규모가 급증하면서 올해 1~10월 누적 감원 계획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수치다.
다만 실제 해고가 현실화된 사례는 9월 중순까지는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시카고 연은은 "10월의 기준조사기간(10월 12~18일)이 연방정부 셧다운과 맞물리며 실업률이 일시적으로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셧다운으로 일시 해고된 연방정부 인력 약 67만 명이 모두 실업자로 집계될 경우 실업률은 0.4%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소규모 기업들의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구스토(Gusto)에 따르면, 10월 소상공인 부문 고용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순감소로 돌아섰다.
구스토의 앤드루 체임벌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금리와 관세 불확실성, 원가 상승이 중소기업들의 고용 결정을 직접적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당장 위기 상황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시장의 완만한 둔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AI 전환과 비용 절감 압력이 맞물리면서 향후 수개월간 추가적인 감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