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작되는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 하마평이 돌고 있다.
특히 현직인 서유석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첫 연임 사례 성립 여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내달 구성될 예정이며, 이후 선거 일정도 확정된다.
금투협회장은 회원사(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사·부동산신탁사 등)의 투표로 선출되며, 30%는 1사 1표, 나머지 70%는 회비 납부액 기준으로 배분된다.
현재까지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와 황성엽 신영증권 사장이다.
이 전 대표는 KB자산운용 대표(2018~2023)를 역임하며 업계 상위권 입지를 굳혔고, 금투협 비상근 부회장과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경력으로 업계·당국과의 소통 능력을 인정받았다.
황 사장은 1987년 신영증권 입사 후 경영기획, 자산운용, 기업금융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 회원사 간 조율 능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직 출마 여부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현 메리츠증권 고문)와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현 SK증권 사외이사)는 꾸준히 차기 후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증권사 최초 여성 CEO 출신으로, 당선될 경우 최초 여성 금투협회장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이번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현직인 서유석 회장의 연임 여부다.
서 회장은 임기 중 디딤펀드 출시, 대체거래소(ATS) 출범, 정부 주도의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요 정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출신으로, 대형사 투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추석 연휴 직후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단과의 해외출장 계획이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연임에 발목을 잡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블라인드에 금투협 내부 관계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10월 1차로 유권자인 증권사 사장 14명과 호주를 방문하고, 내달 2차로 운용사 사장들과 중국 로봇박람회를 방문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 회장은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주요 14개 증권사 사장단과 함께 호주를 방문해 신재생에너지와 주요 광물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11월에는 증권사와 운용사 CEO들을 두 팀으로 나눠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관련 중국 기업을 방문할 계획이다.
게시글 작성자는 "이렇게 하면 협회장 연임이 아니라 종신직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죽어라 성과 평가 받는데, 임원들은 무조건 최고 등급 주면서 충성서약을 받고, 고대 출신들 눌러 앉혀 한번 더 해먹으려는 거 못봐주겠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도 후추위 구성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출장은 물론, 선거운동 기간인 11월에도 서 회장이 투표권을 가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사장단과 중국 로봇 박람회에 참석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들이 투표권을 가진 구조여서, 해외출장과 박람회 참석이 사실상 선거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장 연임 도전은 전례가 없어, 업무 수행과 선거운동을 명확히 구분하는 내부 규정도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며 "이번 연임이 공식화되면 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연임 도전은 협회장 권한과 업무 수행의 공정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