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해외송금 규제가 대폭 손질되면서 개인의 외화 이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은행과 비은행으로 갈라졌던 무증빙 해외송금 한도가 전 업권 10만 달러로 통합되고, 그동안 이용자에게 사실상 '의무 채널'이었던 지정거래은행 제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획재정부는 8일 국민의 일상적 외환거래 편의를 높이고 과도한 규제를 효율화하기 위해 무증빙 해외송금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현행 체계는 20년 가까이 유지되며 디지털 금융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한국은행과 공동 개발한 '외송금 통합관리시스템(ORIS)'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지금까지 업권별·기관별로 흩어져 관리되던 무증빙 송금 내역을 실시간으로 통합할 수 있게 되면서, 관리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규제를 통합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연 은–비은행권 간 한도 차별 제거다.

그동안 개인이 증빙 없이 해외송금을 하려면 은행에서는 연 10만 달러, 소액송금업체(핀테크)에서는 연 5만 달러만 가능했다.

이 때문에 '어느 은행을 지정할지', '금액을 어디에 나눠 보낼지' 같은 불필요한 선택 비용이 발생했다.

앞으로는 어떤 금융기관을 이용하든 동일하게 연 10만 달러까지 무증빙 송금이 가능하다.

즉, 하나의 은행에 묶이지 않아도 되고, 은행과 핀테크를 자유롭게 섞어 써도 되며, 송금 경로에 따른 규제 차이도 사라진다.

실무적으로는 '거래은행 지정→송금한도 추적→추가 증빙 제출'로 이어지는 비효율이 대폭 해소된다.

정부는 연간 10만 달러 한도를 모두 소진한 이후에도 건당 5,000달러 이내의 무증빙 송금은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실수요가 많은 소액 생활비·유학비 등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외환규제 회피를 막기 위해 동일한 형태의 반복 송금은 국세청·관세청에 통보된다.

정책 변화의 효과는 양방향이다.

우선 소비자는 해외 송금 시 기관, 금액, 계좌 지정 등 제약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송금 편의성이 최고 수준으로 개선된다.

무증빙 한도는 확대되지만, 관리가 느슨해지는 것은 아니다.

ORIS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면서 외환관리의 효율성과 투명성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게 당국 설명이다.

기재부는 1월 제도 시행에 맞춰 외국환거래법 시행령·규정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전 업권에 동일한 규칙이 적용됨에 따라 핀테크·은행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용자 확보를 위한 수수료·속도·플랫폼 혁신 경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